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지지하는 찬성파들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설마했던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유럽을 강타하고 있다.
7일 발표된 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3건의 여론조사 모두 ‘브렉시트 찬성’ 여론이 ‘반대’를 훌쩍 넘어섰다. 최근까지만해도 찬·반이 팽팽하거나 여론조사별로 결과가 서로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처럼 일방적으로 브렉시트 지지여론이 잇따라 나온 것은 처음이다.
지난 3일부터 사흘간 1741명의 영국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ICM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48%가 브렉시트에 찬성해 EU 잔류를 희망하는 응답자 43%보다 5%포인트나 높게 나왔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34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5%가 브렉시트 손을 들어줬고 40%는 EU 잔류를 지지했다. 옵서버·오피니엄 조사에서도 브렉시트 찬성 지지가 43%로 EU 잔류(40%)를 앞질렀다. 2주전 조사 때만 해도 잔류 희망이 4% 포인트 앞섰던것과는 정반대 결과다.
민간 싱크탱크 ‘영국이 생각하는 것(What UK Thinks)’은 5월 27일부터 6월 6일까지 진행된 유고브의 3개 온라인 여론조사와 ICM, 옵서버/오피니엄의 최근 여론조사를 합산해 평균값을 발표했는데 찬성 지지율은 51%, 브렉시트 반대는 49%로 나타났다. 영국민들의 민심이 갑작스레 ‘탈퇴’로 급격히 기우는데는 지난주 발표된 이민자 통계가 결정타가 됐다. 당시 통계에서 지난해 EU출신 순이민자(유입-유출)는 전년보다 1만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옵서버 설문에서도 브렉시트 찬성파의 41%는 “이민자에 대한 거부감이 브렉시트를 찬성하게 한 결정적 이유”라고 밝혔다. “영국의 독립성을 위해 브렉시트를 지지한다는 사람”도 35%에 달했다. 6일 브렉시트 찬성 의견이 높다는 여론조사가 발표가 이어지자 금융시장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파운드화 환율은 0.6% 올라 달러당 1.4440파운드를 기록했다. 이날 G7 국가 화폐 중 달러대비 가치가 하락한 것은 파운드화가 유일하다. 잔류 지지운동을 이끌고 있는 캐머런 영국 총리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런던 오벌 크리켓 운동장을 찾아가 대중들 앞에서 “EU탈퇴는 영국 경제에 폭탄을 던지는 것”이라며 “제발 폭탄심지에 불을 붙이지 마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을 필두로 하는 반대진영 반박도 만만치 않다. 존슨 전 시장은 “총리가 앞장서서 ‘날조된 허위사실’을 유포하면서 대중을 선동하지 말라”며 “영국 경제는 EU탈퇴를 견딜만큼 충분한 체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블랙록의 리처드 턴일 전략분석가는 “갈수록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점점 불확실해지고 있다”며 “브렉시트의 장기적인 영국경제에 대한 영향은 아직 ‘미지의 바다’지만 브렉시트후 가장 확실한 시나리오는 전세계 자산 및 주식 시장에 쇼크가 불가피 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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