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트럼프’라 불리는 두테르테(71)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10일 오전 필리핀 선거감시단체 PPCRV는 89%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야당 민주필리핀당 소속인 두테르테 후보가 집권자유당 소속인 로하스 후보보다 592만표 이상 앞섰다고 밝혔다.
두테르테가 ‘막말’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에게 인기를 얻은 이유는 필리핀 사회를 옥죄고 있는 범죄와 관련해 주류 정치인들과 다른 강경 대응 방침이 호응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취임 6개월내 범죄 근절” 약속
두테르테는 취임 6개월 내 범죄 근절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당신이 나의 도시에서 범죄자 혹은 범죄조직의 일원이라면 합법적인 암살 대상이다. 범죄자 10만명을 죽여 물고기 밥이 되도록 마닐라만에 버리겠다” 등 범죄 근절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인권단체들은 두테르테의 행위가 ‘사법절차를 무시한다’며 비난했지만, 마약과 살인 등 강력범죄에 지친 필리핀 유권자들은 그를 선택했다. 앞서 그는 22년간 민다나오 섬 다바오의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자경단을 조직해 범죄 용의자 1700여 명을 재판 없이 살해했다.
◆엘리트주의·족벌정치 부패 엄단
두테르테는 “의회를 폐쇄하고 혁명정부를 수립하겠다. 나는 특권층의 자식이 아니다. 부패한 공직자와 피의 전쟁을 벌이겠다”라며 엘리트주의와 족벌정치 대한 반감을 표로 만들었다. 필리핀은 100여개 가문이 정치권력을 독점하면서 부의 편중이 심각한 상황이다. 현 아키노 대통령과 의원 70% 이상이 유력 가문 출신이다. 필리핀 작가 미겔 시주코는 현지 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두테르테 캠페인의 상징인 ‘주먹’은 범법자뿐만 아니라 소수 엘리트 가문을 향한 것“이라며 ”기존 정치권과 현 정부에 실망한 국민들이 반향을 일으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홍두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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