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는 회원국에 난민 1명당 25만유로(3억3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강력한 제재 조치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처럼 난민이 한 국가에 집중돼 경제에 부담을 주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벌금을 통해 국가별 부담을 분산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난민이 처음 도착하는 EU 국가에 망명 신청을 해야 한다는 ‘더블린 조약’을 손질해 EU 회원국의 인구와 경제 규모, 수용 능력 등에 따라 난민을 분산 수용하는 체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EU 집행위원회가 작성 중인 초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벌금은 난민 1명당 25만유로가 될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벌금 규모는 달라질 수도 있지만 벌금을 통해 제재하는 방안은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폴란드나 헝가리처럼 난민 수용을 강하게 거부해왔던 동유럽 국가들은 의무적인 난민 수용보다는 벌금 부과를 더 반길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폴란드의 경우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 건너온 6200명의 난민 쿼터를 거부할 경우 약 15억유로를 벌금으로 물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난민이 최초로 도착한 나라에서 망명 신청을 해야한다는 더블린 조약의 기본 원칙은 그대로 유지된다.
개정안은 EU 집행위원회 표결과 유럽의회 표결을 통과해야 최종 확정된다. 하지만 솅겐조약(EU 회원국 간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 가입국이 아닌 영국이나 아일랜드도 법적 조치 대상이 될 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특히 오는 6월 23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앞둔 영국 입장에서 더블린조약 개정은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다.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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