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맞대결 구도가 짜인 미국 대선 레이스가 사상 최악의 ‘지저분한 싸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인사이더’ 대(對) ‘아웃사이더’라는 극과 극의 인물 간 대결인 점과 아울러, 역대 대통령 후보 가운데 가장 약점들이 많고 비호감이라는 점이 더해지면서 국가비전과 통치능력의 대결은 온데간데없이 서로의 약점을 물어뜯는 네거티브의 격돌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이미 트럼프는 경선 국면에서 ‘여성 카드’를 앞세워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포문을 열어 대선 레이스에서 이를 최대 쟁점으로 삼을 것임을 분명히했다. ‘첫 여성 대통령’의 슬로건을 앞세워 여성 대통령을 노리는 클린턴 전 장관 측의 구상에 맞불을 놓는 전략이다.
그는 지난달 26일 5개 주 경선을 싹쓸이한 뒤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한 연설에서 “솔직히 클린턴이 남자였다면 5%의 득표도 못 얻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녀가 밀어붙이는 유일한 카드가 ‘여성 카드’”라고 몰아세웠다.
그러자 클린턴 전 장관은 “여성의 헬스케어와 유급 가족휴가, 동일임금 등을 위해 싸우는 것을 ‘여성 카드’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내가 그렇다”고 맞서며 트럼프와는 반대의 입장에서 ‘여성 카드’를 꺼내들었다.
‘가장 지저분한 싸움’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에 대한 트럼프의 집요한 공격에서 정점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본선 경쟁이 본격화하면 트럼프가 과거 르윈스키 성추문을 비롯해, 폴라 존스 등 과거 클린턴 전 대통령이 남긴 각종 성추문 스캔들을 도마 위에 올릴 것이라는 게 미 언론의 공통된 전망이다.
또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가 진행 중인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 스캔들’에도 트럼프의 각종 비방과 폭로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클린턴 전 장관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반격의 초점은 트럼프가 쏟아낸 각종 선동적 발언에 맞춰질 게 확실시된다. 무슬림 입국금지나 불법이민자 1100만명 추방, 멕시코와의 접경에 거대 장벽 설치 등 ‘허무맹랑한’ 공약과 각종 여성, 인종차별적 발언들이 그 대상이다.
특히 두 주자가 모두 역대급 비호감 후보라는 점이 싸움을 더욱 진흙탕 양상으로 몰고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정직하지 못한 기득권자’(클린턴 전 장관)라거나 ‘악의적 선동가’(트럼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상대방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전략이다.
실제 월스트리저널과 NBC뉴스가 지난달 10∼14일 미국 유권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트럼프와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부정적 견해는 각각 65%와 56%에 달했다. 그런가하면 라스무센의 최근 조사에서는 유권자의 4분의 1이 두 사람이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 제3의 후보에게 투표하거나 기권하겠다는 밝히는 등 상당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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