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필리핀의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앞장섰던 인물들이 부통령 선거에 나선 독재자의 아들을 지지하고 나서 화제다.
18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벤허 아발로스 필리핀 만달루용 시장과 노동운동가 테리 투아존 등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상원의원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마르코스 주니어 상원의원의 아버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20여년의 집권기간 동안 수만 명을 고문하고 살해한 끝에 1986년 ’민중의 힘(People Power)’ 혁명으로 사퇴한 독재자다.
아발로스 시장의 일가는 현임 베니그노 아키노 가문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번 지지선언을 통해 숙적인 마르코스 가문과 손을 잡게 됐다. 아키노 대통령의 모친은 민중의 힘 봉기 직후 정권을 이어 받은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이다. 아발로스 시장은 “독재정권이 끝난 지도 30년이나 지난 만큼, 정부가 그때의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 말했다.
노동운동가 테리 투아존은 독재정권 시절 노동운동을 이끌다 옥살이까지 겪은 인물이다. 그러나 마르코스 주니어 상원의원이 지난 10일 TV토론회에서 “부통령에 당선될 경우 노동고용부 장관을 겸하며 노동자들의 근심을 덜어주는 데 전념하겠다”고 말한 데 감명 받았다며 지지의사를 밝혔다
이 외에도 에펜 빌라세노 필리핀 코코넛생산자연합(COCOFED) 회장, 그레포 벨지카 등 마르코스 전 대통령 재임시절 반정부 운동을 벌였던 인사들의 지지선언이 이어졌다.
마르코스 주니어 상원의원은 이번 부통령 선거를 거쳐 향후 대권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 정치기반인 일코로스의 주지사로서 행정능력을 인정받고, 2010년 상원의원이 되는 등 정치경력만 33년에 달한다. 현재 부통령 선거 설문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며 1위를 달리고 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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