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밀듯이 밀려드는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오랜 침체에 빠져있던 일본 부동산 시장에까지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유커의 ‘바쿠가이’(폭탄쇼핑) 덕분에 도쿄, 오사카 등 주요 도시 상가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땅값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23일 국토교통성의 2016년 공시지가에 따르면 유커들의 쇼핑 명소인 도쿄 긴자 한 복판 땅값이 1㎡에 4010만엔(약 4억1300만원)으로 부동산 버블기였던 2008년 기록(3900만엔·약 4억원)을 뛰어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월말 시내형 면세점이 문을 연 긴자 미쓰코시백화점 길 건너편 야마노악기긴자본점 부근에는 명품점이 즐비하다. 이 곳은 걸어서 몇 분 거리에 유니클로 CU 갭 등 중국 관광객들에게 인기있는 의류점들이 있는 유커 쇼핑 중심지다.
전국 상업지 공시지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도 유커들의 쇼핑 명소다. 유커 싹쓸이 관광으로 유명세를 탄 오사카시 주오구 쇼핑가 신사이바시스지의 공시지가는 무려 45.1%나 상승했다. 신발, 의류 등의 상점들은 유커 덕분에 매출이 최대 2배 이상 높아지면서 임대료가 급등하고, 땅값까지 오르는 연쇄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중국 대만 홍콩 등 중국계 관광객은 1000만명을 넘어섰다.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타면서 전국 공시지가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상업지 뿐만 아니라 주택지도 유커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 관광객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주택지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곳은 스키 리조트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홋카이도 굿찬정으로 19.7%나 올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완만하게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와중에 일본은행의 금융완화로 유동성이 흘러들고 방일 관광객들이 급증하면서 점포와 호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발표된 공시지가는 올해 1월 1일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일본은행이 기존 금융완화에 올해부터 마이너스 금리 정책까지 도입하면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는 자금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여 당분간 부동산값 상승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부동산 값 상승이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권과 삿포르 후쿠오카 히로시마 등 지방 핵심도시 위주로만 오르고 있어 기타 지방과의 양극화 심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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