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 저우샤오촨 총재가 21일 “중국 기업부채 규모가 과도하게 커졌다”며 경고등을 울렸다.
최근 국제금융기관들이 잇따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중국 기업부채 규모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중국 중앙은행 총재마저 걱정할 정도로 중국 기업 부채 규모가 심각해졌다는게 시장의 해석이다.
21일 중국 경제참고보에 따르면 저우샤오촨 총재는 20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발전 고위급포럼’ 에서 중국의 13차 5개년계획 기간중 중국 금융개혁 과제에 대해 설명하는 도중 기업부채 문제를 언급했다. 저우 총재는 “중국경제 레버리지(부채) 비율이 너무 높고 특히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높다”고 걱정했다. 중국 기업부채 비율은 조사기관에 따라 수치가 다소 다르게 나오지만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지난해말 기준 중국 기업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60%를 넘어서 사상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분석했다. 국제결제은행(BIS)도 이달초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가계와 기업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전체 신흥국 비금융부문 기업부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고 밝혔다.
중국 거시경제정책 주관부처인 발전개혁위원회 쉬샤오스 주임도 이날 포럼에서 향후 5년간 핵심과제를 언급하며 “금융분야에선 기업부채비율을 낮추는데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정책 수장들이 잇달아 기업부채비율을 경고하고 나선 것은 부채비율도 문제지만 증가속도가 너무 가파르기 때문이다. GDP 대비 중국 기업부채 비율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2% 넘게 폭증했다. 이같은 속도는 과거 아시아 국가들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에 나타났던 흐름과 엇비슷한 것이다.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의 미상환 회사채 규모는 1년전보다 25% 증가했다.
글로벌 경제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면서 기업 수익성이 악화되고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경제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수 있다. 실제로 중국 상업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해말 총 채권의 1.67%로 상승, 2014년(1.25%)과 비교해 2년만에 0.42%포인트나 급증했다. 외국 금융기관들은 국제기준을 적용할 경우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비율이 최대 8%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와 가계부채까지 포함하면 중국 부채규모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중국 정부와 기업, 가계부문을 합친 총부채는 2014년 6월 말 현재 28조달러(약 3경4000조원)에 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282%에 달한다. 올초들어 급증한 부동산담보대출을 감안하면 이 수치가 현재 300%를 넘긴 것으로 추산된다.
저우 총재의 과도한 기업부채 경고 발언이 빚을 내서 무리하게 해외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기업들에 대한 경고 의미를 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안방보험 등 중국기업들이 공격적으로 글로벌 M&A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적절한 인수가격을 넘어서는 무리한 M&A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저우샤오촨 총재와 쉬샤오스 주임의 기업부채 경고발언이 자본시장 육성을 강조하기 위한 수사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저우 총재는 21일 포럼에서 “13차5개년 기간 자본시장을 발전시켜 기업 대출의존도를 낮추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증권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해 은행대출·회사채 의존도를 낮출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미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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