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3개월여 만에 배럴당 40달러를 넘어섰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기로 한게 달러가치 하락을 자극하면서 원유값 상승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산유량 동결 기대감이 이어진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4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4.5% 오른 배럴당 40.2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12월 3일 이후 처음이다. 또한 13년 만에 최저점을 찍은 지난 2월 11일(26.21달러) 이후 WTI는 53%나 급등했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5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2.8% 상승한 배럴당 41.47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2016년 4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했던 연준이 올해 2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자 미 달러가치는 순식간에 약세로 전환했다. 17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 보다 1.2% 하락한 94.756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10월 중순 이후로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원유의 국제결제 수단인 달러가치가 떨어지면 원유가격은 상대적으로 올라간다. 원유 수입국으로선 원유를 구매할 때의 가격 부담이 줄어들어 구매 여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산유국들이 내달 생산량 동결에 합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원유값 상승의 긍정적인 요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12개 회원국과 러시아 등 OPEC 비회원국 3개국은 내달 17일 카타르 도하에서 회의를 열고 산유량 동결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원유는 하루 100만~200만배럴 가량 남아도는 과잉 공급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생산량 조절에 따른 원유값 회복세가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은 산유국들의 고민거리다. 추락하는 유가를 못견뎌 생산량 감축에 나섰던 원유 생산기업들이 다시 산출량을 늘릴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의 유가 상승세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팀 에반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원유값 상승 여지를 다 소진한 느낌”이라며 “추가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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