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주류가 원색적인 비난을 섞어가면서 트럼프 찍어내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 2012년 미국 대선때 공화당 대선주자로 나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맞붙었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반(反)트럼프 공세 총대를 맸다.
롬니 전 주지사는 3일(현지시간) 유타대학 연설에서 “트럼프는 가짜이고 사기꾼이며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며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지명된다면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국가 안보와 관련해 트럼프의 무개념적인 위험한 발언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롬니 전 주지사 발언에 힘을 보탰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기자회견을 갖고 “롬니는 공화당 주요 지도자중 한명으로 당과 국가의 미래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며 동조했다. 공화당 소속 연방 의원들도 속속 반(反)트럼프 진영에 합류하고 있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The Hill)에 따르면 현재까지 연방 의원을 포함해 총 22명의 공화당 주요 인사들이 트럼프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벤 새스(네브래스카) 상원의원과 마크 샌포드(사우스캐롤라이나), 스콧 리겔(버지니아), 리드 리블(위스콘신), 카를로스 커벨로(플로리다) 하원의원 등이 트럼프에 반기를 들었다. 마이클 처토프 전 국토안보부 장관을 비롯해 보수 진영의 외교·안보전문가 65명도 집단으로 트럼프 반대를 선언했다.
트럼프에 대한 공화당 주류세력의 공세가 본격화하는 것은 오는 15일 실시되는 미니 수퍼화요일 경선에서 마저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트럼프의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을 막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승자독식제’가 적용되는 미니 수퍼화요일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주 경선을 트럼프 후보 지명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저지선으로 활용해야 하는 입장이다.
공화당 주류가 유력 공화당 대선후보인 자신을 비토하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트럼프는 롬니에게 막말을 퍼붓는 한편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다시 제기하고 나섰다.
자신을 공박한 롬니에 대해 트럼프는 “4년전 대선에서 내게 지지를 구걸했고 이번에도 출마하려다가 내가 무서워서 포기한 사람”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나를 비판하는 공화당 기득권층 광고가 넘쳐나는데 이는 매우 불공정한 것”이라며 “내가 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할지 아닐지 아직 정해진 바 없지만 수백만 지지자들은 나와 함께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해외에서도 반(反)트럼프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을 통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과 일본 미군 주둔비용이 불충분하다고 주장하며 싸움을 걸 것”이라며 “오랜 미국의 동맹과 유대가 격하되거나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루이스 비데가라이 멕시코 재무장관은 트럼프의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주장에 대해 “북미통합이라는 현실을 모르는 무지한 발상”이라며 “장벽설치 분담금을 한푼도 낼 수 없다”고 비난했다. 멕시코시티 시의회는 트럼프 입국을 금지하는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하기도 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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