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압승했지만 공화당내 반(反)트럼프 움직임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3일(현지시간) 유타 대학에서 트럼프를 축출하기 위한 공개 연설을 했다. 롬니 전 주지사는 트럼프 탈세 의혹과 백인 우월주의단체 쿠클럭스클랜(KKK) 비호 논란 등을 거론하며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가 돼서는 안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열거했다. 롬니 전 주지사는 “점점 더 많은 공화당원들이 트럼프를 따르는 심각한 상황을 하루빨리 바로잡지 않으면 공화당 미래는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매파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은 트럼프를 찍느니 차라리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찍겠다면서 트럼프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했다. 대표적인 네오콘중 한명인 엘리엇 코언 전 국무부 자문관은 “제3의 후보가 등장하길 바라지만 대안이 없다면 힐러리를 선택하겠다”면서 “힐러리가 트럼프와 비교하면 큰 차이로 차악(次惡)”이라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에서 외교정책을 입안했던 로버트 케이건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공화당을 구할 수 없다면 국가라도 구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려면 힐러리에게 표를 던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파죽지세’에 충격을 받은 공화당 지도부 일각에서는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는 마르코 루비오 대신 테드 크루즈를 대안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기대했던 루비오가 미네소타 1곳에서 승리하는데 그쳤지만 크루즈는 자신의 지역구인 텍사스를 포함해 오클라호마, 알래스카에서 승리하며 트럼프 대항마로서 여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주류 공화당 시각에서 크루즈 역시 극우 티파티 세력이 낳은 ‘아웃사이더’지만 트럼프를 보다는 차라리 크루즈가 낫다는 판단이다.
반면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하차한 후 트럼프를 공개지지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에 대해서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보수 성향 언론들은 “트럼프를 지지한 크리스티 주지사의 기회주의와 위선이 역겹다”면서 “언제는 트럼프를 맹비난하더니 한순간에 트럼프 곁으로 간 사람은 주지사 자격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트럼프는 이같은 공화당 기류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KKK 비호 논란과 관련해 자신을 비난했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향해 트럼프는 “나와 잘 못 지내게 된다면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당이 나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큰 곤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는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공화당 지도부에 대해 탈당 가능성을 내비치며 압박했다.
한편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며 트럼프의 대항마로 부상했던 신경외과 의사 출신의 벤 카슨 후보가 경선참여 중단을 고심하기 시작했다. 카슨은 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더 이상 경선에 참여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면서 3일 저녁 예정된 공화당 후보 TV토론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카슨은 1일 수퍼 화요일 경선에서 남은 후보들중 꼴지를 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