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Zika) 바이러스가 인도네시아에 늦어도 작년 초 이후 전파된 것으로 확인돼 이 바이러스가 동남아 일대에 이미 확산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현지 언론은 31일 인도네시아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뎅기열 연구 도중 우연히 발견된 이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는 해외여행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내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이번 중남미 지카 바이러스 확산 사태 이전에 이미 인도네시아에 지카 바이러스가 돌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인도네시아의 유명 연구기관인 에이크만분자생물학연구소는 수마트라섬 잠비주(州)에 거주하는 27세의 남성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소 측은 이 남성은 외국 여행 경험이 없다면서 인도네시아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일시적으로 돌고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소는 이 지역에서 발진이나 고열 등 뎅기열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의 생물표본 샘플을 모아 분석하는 과정에서 지카 감염자를 우연히 발견해냈다.
에이크만분자생물학연구소의 헤라와티 수도요 부소장은 “뎅기열 음성 반응을 보인 103개의 혈액 샘플 가운데 1개에서 지카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왔다”며 “시료는 지난 2014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 사이에 채취된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최소한 지난해 초부터 이 지역에 지카 바이러스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이 남성이 언제 어떤 경로로 바이러스에 노출됐는지 알 수 없다”며 “우리는 인도네시아에 일시적으로 지카 바이러스가 돌고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고 덧붙였다.
연구소 측은 이 연구 결과를 인도네시아 보건부에 통보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최근 공개한 전 세계 지카 바이러스 분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와 함께 과거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했던 국가로 분류돼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돌고 있다면 중남미 23개국에 확산한 이 바이러스가 동남아나 아시아 전체로 퍼졌거나 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카 바이러스의 매개체인 이집트 숲모기가 동남아 지역에 서식하고 있고 뎅기열에 걸리게 하는 아시아산 흰줄숲모기도 지카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