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이 저유가에 신음하는 산유국들의 구원투수로 나선다. 석유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파산을 겪지 않도록 구제금융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첫 대상은 중앙아시아 에너지 대국인 아제르바이잔이다. 2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IMF와 WB 실무진이 28일부터 내달 4일까지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를 방문해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 규모 긴급 구제금융 방안을 논의한다고 전했다. WB 대변인은 “유가와 통화가치 폭락에 대처하기 위해 IMF와 함께 아제르바이잔 정부 등과 장기적인 대응 조치를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아시아개발은행(ADB) 대표단도 조만간 아제르바이잔을 찾아가 추가 자금 조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아제르바이잔은 전체 수출액 가운데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는 관계로 국제유가가 30달러선으로 폭락하자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엘만 루스타모프 아제르바이잔 중앙은행장은 지난주 “170억달러에 달했던 국제수지가 2015년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아제르바이젠의 외환보유 상태도 급격히 악화됐다. 아제르바이잔은 지난달 달러 고정환율제를 폐지한 후 급격한 자금유출 사태를 겪어, 통화 가치가 한달 사이 30%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이에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지난주 해외로 반출되는 외화에 20%의 세금을 부과하는 자본통제 정책까지 도입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아제르바이잔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가 5.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 IMF와 WB는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브라질 등 다른 산유국들의 상황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를 올해 첫 방문국으로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 재정의 80%를 석유판매에 의존하는 나이지리아 역시 최근 유가 하락으로 통화 가치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자 미국 달러화 판매제한 조치에 나섰다.
WB는 국제유가가 올해 평균 37달러 선에 머물 것이며, 중국 등 신흥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된 탓에 2016년에도 원자재 의존도가 심한 국가들의 경제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분석 업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금은 산유국에게 좋지 않은 시점”이라며 “역사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가들이 디폴트 위험에 빠지곤 했다”라고 분석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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