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한 ‘칵테일형 위기’(Dangerous Cocktail Threat)가 다가오고 있다.”
6일 오전 첫 새해 기자회견 자리에서 얼굴을 잔뜩 찌푸린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이 대뜸 암울한 경고로 말문을 열었다.
‘칵테일형 위기’란 지난해부터 경제파탄 상태에 직면한 브라질·러시아 등 신흥국 경제위기에 이어 새해 벽두부터 정신없이 몰아치는 중국발 경제둔화 쇼크, 중동발 정세불안, 북한 수소탄 실험강행에 따른 동북아시아 정세 격랑 등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시장불확실성 요인들을 한데 묶어 표현한 것이다. 유럽연합(EU)내에서 독일과 함께 가장 견실한 재정과 경제회복세를 자랑하는 영국조차 줄줄이 터진 악재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우디와 이란의 충돌, 북한의 수소탄 실험은 시장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블랙 스완’이다. 예상은 됐지만 터지면 마땅한 대책이 없는 ‘그레이 스완’형 악재들도 줄줄이 시장을 덮쳤다. 중국경제 쇼크와 브라질 경제파탄 위기 등이 그렇다. 지난해말 9년 6개월만에 단행된 미국 기준금리 인상 후폭풍에 대비할 겨를도 없이 연달아 터진 메가톤급 악재때문에 국제금융시장 변동성도 확 커졌다. 투자위험이 커지면서 글로벌 자금은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급속히 이동하는 모양새다.
일단 대표적인 위함자산인 주식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6일 유럽과 미국 증시가 큰폭 하락한데 이어 7일 열린 아시아 증시도 급락했다. 중국 증시는 개장 직후 7% 폭락한뒤 서킷브레이커(매매 중단)가 발동되면서 개장 30분만에 조기폐장하는 사상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다.
반면 위험회피 성향이 높아지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10년만기 국채 수요가 급증, 금리가 2.1%대로 뚝 떨어져(국채값은 상승) 지난달 11일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때마다 글로벌 큰손들이 제일 먼저 찾는 엔화에도 돈이 몰리며 달러대비 엔화값이 지난해 10월 중순 이후 가장 높은 118엔선까지 상승했다. 금값도 전날 오름세를 이어가며 온스당 1098.80달러까지 상승, 지난 2개월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것은 잇따른 대형악재로 글로벌 경제가 시계제로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시장에선 투자자들이 다소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안전하게 자산을 굴리려는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다. 안전자산 쏠림 현상은 지난달 미국 연준 기준금리 인상후 뭉칫돈 이탈 불안감에 휩싸여있는 신흥국들에게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국가에서 대거 이탈함으로써 외환부족 위기를 초래해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신흥국 경제위기는 다시 선진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 전염효과를 유발,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동반 하락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수도 있다.
줄줄이 터지는 악재속에서 세계 각국 신용등급 전망도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S&P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131개 평가 대상국중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이 높은 ‘부정적 전망’ 판정을 받은 국가가 25개국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초순 17개국과 비교하면 8개국이 늘어난 것이다. 모리츠 크레이머 S&P 수석 국가신용등급 담당관은 “반기를 기준으로 따지면 부정적 전망 판정숫자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12일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라며 “올해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하는 경우보다 하향하는 횟수가 더 많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지용 기자 /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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