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수소탄 실험, 중동 갈등으로 국제 정세가 어수선한 가운데 중국 정부가 남중국해 난사군도 인공섬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7일 중국 정부가 남중국해에 건설한 인공섬 비행장에서 민항여객기 2대의 이착륙 시험비행을 마쳤다고 전했다. 민항여객기는 지난 6일 낮 하이난성 하이커우 메이란공항에서 이륙, 2시간을 비행한 후 중국이 남중국해 난사군도(스프래틀리 제도) 피어리 크로스 암초를 매립해 만든 인공섬 활주로에 착륙했다. 이들 민항기는 당일 오후 곧바로 인공섬에서 이륙한뒤 하이커우로 되돌아왔다. 중국은 지난 2일에도 인공섬 활주로에서 민항기 시험비행을 벌였다고 밝힌바 있다.
중국 당국은 민항기 시험 비행과 관련해 “인공 활주로가 대형 민항여객기도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음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앞으로 인공섬 비행장을 활용해 물자운송, 인력왕래, 의료구호 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비행장을 남중국해 상공을 통과하는 항공노선 운항을 위한 예비공항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중국이 인공섬 활주로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중국의 인공섬 영유권을 실효적으로 주장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이 잇단 민항기 시험 비행을 통해 인공섬에 대한 실효적 지배에 나서자 필리핀, 베트남 등 주변국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당장 남중국해 관할권을 주장하는 베트남은 레하이빈 외무부 대변인이 직접 나서 “중국이 피어리크로스 암초에 공항을 불법적으로 건설했다”고 비난했고, 찰스 호세 필리핀 외무부 대변인은 “중국의 남중국해 통제는 항행·비행 자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거칠게 항의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건설한 인공섬 활주로와 부대 시설이 군용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레세크 브스진스키 호주국립대 국가안보연구소 교수는 “피어리크로스 비행장의 군사적 이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민간항공기 시험비행을 끝낸 뒤에는 SU-27나 SU-33 전투기를 인공섬으로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싱가포르 ISEAS 유소프 빈 이샥 연구소의 남중국해 전문가인 아이언 스토리는 “중국이 공식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활주로와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펼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작년 하반기 이 인공섬에 길이 3㎞의 활주로와 헬리콥터 이착륙장 등을 완공하고 그간 비행장 정밀 조정 및 검증 작업을 진행해왔다.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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