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수소폭탄 실험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를 격랑에 빠트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전통적 우방인 중국과의 갈등도 최고조에 이르렀다. 북한이 수소폭탄 형태의 핵실험을 전격 단행했다고 밝힘에 따라 중국은 제대로 ‘뒷통수’를 맞은 격이 됐다. 무엇보다 지난달 북한 모란봉악단이 베이징 공연을 취소한 것이 ‘수소폭탄’ 보유 발언을 둘러싼 북·중간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추측에 힘이 실리게 됐다. 중국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발표에 강하게 분노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북한 수소탄 실험에 대한 사전 통보는 없었다”며 “중국 정부는 북한 핵실험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수소폭탄 실험으로 중국과 북한간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유엔안보리 추가제재에도 중국이 찬성할 개연성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지난 2013년 제3차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도 갓 취임한 시진핑 지도부가 북한에 대해 크게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이 과거 핵실험과 달리 중국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중 이상기류가 확인되고 있다. 지난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에 권력서열 5위인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을 전격적으로 파견하며 적극적으로 관계개선에 나섰던 중국이 느끼는 배신감은 ‘당혹감’ 수준을 넘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류 상무위원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북중간 전통적인 혈맹관계를 부각하며 고위급 정치대화, 경제교류 등을 강화하기로 합의하면서 북한을 향해 비핵화와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었다.
일본 아베 신조 정부는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을 자국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즉시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나섰다. 아베 일본 총리는 6일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개최하고 대응책을 논의하고 수소폭탄 실험과 관련된 정보수집과 분석을 지시했다. 또 총리 관저에 위기관리센터 대책실을 설치하고 정보 분석에 돌입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북한 수소폭탄 실험에 대해 “강력하게 비난한다”고 답변한 후 “일본 안전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어 용인할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강화에 관련 “일본의 독자 대응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대응책을 마련할 것임을 강력 시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지난 2014년 7월 북한과 납북자 재조사에 합의하면서 완화했던 인적 왕래와 대북송금 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과거에도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유엔 결의안 추진과 별개로 독자 제재에 나선바 있다. 올해부터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 된 일본 정부는 유엔안보리에 북한 수소폭탄 실험과 관련, 추가제재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회의 개최를 요청했다.아베 총리는 또 “북한 핵실험은 유엔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국제적인 핵무기 불확산체제에 중대한 도전”이라며 “미국, 한국, 중국, 러시아와 연대해 북한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동아시아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일본 군사재무장을 가속화시키는 빌미가 될 수 있다.
북한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을 소홀히 다뤘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올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당인 공화당 후보들의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북한의 전격적인 수소폭탄 폭발실험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중동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뤘던 북한이 핵실험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오면서 중동정책 실패 뿐만 아니라 대북정책에서도 실패했다는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야당인 공화당 소속 후보들이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당장 북한 수소폭탄 실험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정책 실패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북한 수소폭탄) 실험이 확인된다면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외교정책 실패를 보여주는 가장 최근 사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4차례 이뤄진 북한의 핵실험 가운데 3번(2009년 5월 25일, 2013년 2월 12일, 2016년 1월 6일)이 오바마 대통령 임기 중에 벌어졌다. 이때문에 북한에 대한 추가경제제재 등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미국내 강경론자들의 입김이 세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