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지중해 최대 규모 가스전이 발견돼 중동 산유국들이 초긴장하고 있다.
당사국인 이집트는 ‘노다지’를 캔 격이지만 과잉 공급과 유가 폭락에 시름이 깊은 이웃나라 이스라엘을 비롯해 중동 산유국들에겐 폭탄이 떨어진 격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는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에너지기업인 에니(ENI)와 이집트 석유부가 지중해 해역에서 사상 최대규모 천연가스전을 발견해 이스라엘과 주요 산유국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가스전은 이집트 지중해 해안에서 190㎞ 떨어진 조흐르(Zohr) 광구 해저 1500m 지점에서 발견됐다. 이 가스전에는 원유 55억 배럴과 맞먹는 천연가스 30조 입방피트(약 8495억㎥)가 매장됐으며 금액으로 환산하면 1000억달러(114조원)에 이른다. 현재 이집트가 보유한 전체 가스량(62조5000억 입방피트) 절반에 이른다.
아랍 민주화운동인 ‘재스민 혁명’ 이후 산업경기 침체와 에너지 부족사태로 고심하던 이집트는 횡재한 격이다. 타렉 엘 몰라 이집트 석유에너지부 장관은 “이집트는 커다란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며 “순 에너지 수입국에서 중동내 에너지 수출 거점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스라엘을 비롯해 중동 최대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UAE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가뜩이나 원유공급이 과잉을 빚으면서 유가가 작년 대비 50%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또다시 물량 폭탄을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현재 자국 사용량으로 120년이나 쓸 수 있는 원유와 가스가 있어 상당 물량을 이집트에 공급해왔으며 최근 65억달러 규모 레비아탄 가스전까지 개발 중이다. 유발 스테이니츠 이스라엘 에너지 장관은 “이대로 라면 더이상 이집트와 요르단이 이스라엘 가스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석유수출기구(OPEC)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표정이다. 사우디는 최근 유가 급락으로 재정에 큰 타격을 입자 유류 보조금을 삭감해 내수용 유가를 올리는 방안까지 내놨다. 민심 반발을 무릅쓰고 유가인상이라는 ‘고육책’을 내놨는데 이집트에서 발견된 슈퍼유전이 또다시 기름값을 떨어뜨릴 상황을 맞은 것이다. 이집트 에너지 투자회사인 칼라아홀딩스의 아흐메드 하이칼 회장은 “이집트 가스전 발견은 이집트 에너지 산업과 유가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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