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당의 당수로 등극한 ‘강성 좌파’ 제레미 코빈(66)의 ‘좌향좌’ 리더십이 쓴 맛을 본 후 흔들리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의 긴축재정안을 ‘백지화’ 시키기 위해 동료의원들과 그림자 내각에 반대투표를 강요하다 되레 동료들의 집단 반란에 완패한 것이다. 앞으로도 그가 주장한 ‘좌파 경제관’이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데일리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은 14일(현지시간) 영국 보수당이 내놓은 정부재정 긴축안이 찬성 320표, 반대 258표로 하원에서 가결됐다고 보도했다.
이 방안은 재정지출을 줄여 오는 2019~20년까지 영국 정부 재정을 흑자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포퓰리즘과 좌파주의 경제관을 주장하는 코빈은 취임후 “서민들만 옥죄는 긴축재정은 무효”라고 선언후 노동당 의원들에게 전원 반대표를 던질 것을 종용했다. 그러나 동료의원중 37명이 투표에 참석하지 않고 기권했다.
사실상 코빈의 당론과 리더십에 정면으로 대항한 것이다. 특히 이 중에는 코빈 휘하 ‘그림자 내각’ 소속 장관들도 여럿 포함돼 코빈은 뒷통수를 맞은 격이 됐다. 그림자 내각이란 여당이 조직한 ‘바깥에 드러난 내각’을 감시하는 뜻에서 영국 제1야당이 자기 소속 당원들로 조직하는 부차적인 내각을 뜻한다.
텔레그래프는 코빈이 “반대파에 ‘반대투표를 하지 않을 거면 짐을 싸라’는 식의 협박을 했다가 비난이 빗발치자 이를 허겁지겁 철회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며 “노동당 당수 권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신랄한 평가를 내놨다.
반대파들은 탈당 내지는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협박을 하다 반대파가 자신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깨닫자 부랴부랴 자신의 위협을 철회하고 기권을 허락했다는 것이다.
급기야 코빈은 파면위협을 한 지 몇시간만에 동료의원들에게 직접 ‘기권’을 허락하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 의원은 “오늘 아침에 날 파면하겠다는 말을 들었는데, 당장 그날 오후에 투표에 참석하지 않아도 좋으니 찬성표만 던지지 말라는 요청이 들어왔다”며 “빌어먹게 혼란스럽다”고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코빈은 의원들에게 기권해도 된다는 허락을 내줬다고 인정했지만, 허락 배경을 묻는 기자들에게 “이들은 특별히 급한 일이 있어서 허락한 것”이라며 앞뒤도 맞지 않는 해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용 기자 /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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