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세의 한 유럽 청년의 끈질긴 법적 투쟁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 미국 IT공룡들의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6일(현지시간) EU와 미국간 정보공유 협정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EJC는 지난 2000년 체결한 이 협정이 EU 시민들의 프라이버시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고 본 것이다. 당시 EU와 미국은 EU 시민의 개인정보를 미국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규정한 ‘세이프 하버’ 협정을 체결했다. 테러 공조가 목적이었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 수집한 회원정보를 미국 본사로 보낼 수 없게 된 페이스북 트위터 IBM 아마존 등 미국 IT기업들은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하게 됐다.
EJC 결정을 이끌어낸 주역은 지난 2013년 7월 아일랜드 정보보호청에 페이스북과 애플을 프라이버시 침해 혐의로 고발한 막스 슈렘스(28)라는 오스트리아의 한 법대생이다.
2011년 미국 실리콘 밸리 소재 산타클라라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있던 슈렘스는 페이스북 개인정보 담당 변호사 강연을 듣고 페이스북이 유럽의 개인정보 보호법에 무지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페이스북의 EU 개입정보보호법 위반 실태에 관한 논문을 쓰던 슈렘스는 페이스북에 본인의 개인정보 반환을 요구했다. 페이스북이 슈렘스에 제출한 문서에는 그가 페이스북에서 맺고 끊은 친구 리스트와 주고받은 모든 메시지, 심지어는 슈렘스가 참석한 모든 행사 목록 등이 총 1200페이지에 달하는 문서에 세세하게 담겨 있었다.
2013년 페이스북을 제소할 당시 슈렘스는 “이 기업들은 조세 회피를 목적으로 유럽에 자회사를 설립했다”며 “EU법은 안전한 사용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슈렘스의 고발을 접수받은 아일랜드 법원은 이 사안과 관련 ECJ에 미국과 EU간 정보공유 협정이 유효한지 여부와 개별 국가 정부가 불법적인 정보 전송을 차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요청했고, 6일 EJC는 슈렘스 손을 들어준 것이다.
EJC 결정은 페이스북을 비롯한 미국 거대 IT기업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EU가 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IT 기업들의 자의적인 정보 수집과 전송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EU 시민 개인정보를 미국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규정한 ‘세이프 하버’ 협정이 백지화되면서 유럽에 진출한 미 IT기업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 회원들의 각종 정보를 대서양을 가로질러 전송하는 미국 인터넷 기업은 4500여개다. EU 규제당국이 선제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이들 기업이 EU회원국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를 미국으로 옮기려면 수천억 달러 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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