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한국도 난민과 이민 수용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한국에는 새로운 젊은 노동력의 유입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내가 5살에 미국에 건너와 12살에 미국시민이 된 것처럼 한국도 난민과 이민을 받아들이고 이들이 한국사회에 동화되도록 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5살이던 1964년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 1세대다. 처음에 텍사스에 정착했다가 나중에 아이오와로 옮겨갔다.
김 총재는 기고문에서 “내가 미국에 도착했을 때 나의 형제 자매들은 영어를 한마디도 못했다. 우리는 이웃과 급우들이 처음 접하는 아시아인이었다”고 회고한 후 “우리 가족들이 미국 땅에 정착하면서 다양성과 다문화가 가져오는 이점들을 이해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인도네시아 탄자니아 시리아에서 온 사람들로부터 한국은 귀화하기 힘든 나라라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내가 코리안-아메리칸이 된 것처럼 한국인이 어려웠던 시절에 세계 각지로 나가 정착하고 많은 혜택을 입었지만 외국인들을 수용하는 데는 참으로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김 총재는 난민 수용을 통해 성공한 나라로 터키를 꼽았다. 김 총재의 설명에 따르면 터키는 190만여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했다. 터키 정부는 난민들이 국내에 정착하는 데 776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난민들은 조기 정착은 물론 의료·교육 혜택에도 접근이 가능하다. 이런 활동으로 인해 많은 시리아 자산가들은 터키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2014년 터키에 신규 등록한 외국인 비즈니스의 26%가 시리아인이었다. 세계은행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시리아 난민들이 유입되면서 터키의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들을 대체해 터키인들은 더 나은 일자리로 옮겨가고 빈곤율도 급속히 하락했다.
김 총재는 “난민들은 대부분 개발도상국으로 유입되는데, 인구가 감소하는 선진국에 유입된다면 더 많은 경제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민자와 난민의 경우 여러 사례에 비춰볼 때 더 열심히 일하고, 그들이 얻는 혜택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낸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다만 “요르단과 레바논 역시 수백만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였지만 물과 전기, 학교와 병원 부족이라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면서 “단순히 난민을 수용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그들이 경제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준다면 난민과 그들을 수용한 나라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브라운대학교와 하버드대 의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의대 교수로 일했다. 다트머스대 총장을 거쳐 세계은행 총재로 일하고 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도 수시로 골프를 치는 사이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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