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유업계 4대 ‘슈퍼메이저’ 중 하나인 로열더치셀이 전세계 석유 매장량의 25%가 있을 것으로 추정돼온 북극해 유전개발을 포기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유가하락이 로열더치셀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지난 10여년동안 북극해 일부인 추크치해 유전을 탐사·개발하던 로열더치셀은 2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가까운 미래에 추크치해 탐사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업체는 “추크치해 유정에서 석유와 가스의 흔적을 발견했지만, 석유의 양이 추가 개발을 보장할 만큼 충분하지 않아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업체는 ‘정부의 예측불가능한 환경규제’ 역시 탐사 포기 결정을 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주요 언론들은 유가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유가하락기조는 로열더치셀을 비롯한 글로벌 정유업계에 큰 타격을 안겼다. 업체들은 채산성이 떨어져 올해에만 투자를 전년대비 평균 20% 삭감했다. 전세계 정유산업이 고용하고 있던 전체 일자리의 5%에 해당하는 20만 개의 일자리가 몇 달 새 증발하기도 했다. 특히 글로벌 과잉공급 상황에서 중동 중심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을 하지 않으면서 미국 정유사들은 지난 한해 동안 전체 시추시설의 절반을 철수시켜야 했다.
로열더치셀은 추크치해를 비롯한 북극해 유전 개발에 지난 9년 동안 총 70억 달러(약8조4000억원)를 투자해왔다. 여기에 41억 달러(약4조9000억원)에 달하는 철수 비용까지 떠안으면서까지 북극해 유전 개발을 포기하는 것은 그만큼 유가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견디기 힘들었다는 분석이다. 유가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북극해 유전 개발의 매력을 떨어뜨렸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가하락세가 최소 2016년까지 이어진다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대이란 경제재제가 풀리면 이란산 원유마저 글로벌 시장에 풀리며 공급량이 늘어나 유가가 더 하락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북극해 유전 개발을 오랜 기간 반대해온 환경단체들은 로열더치셀의 북극해 철수 소식에 환호했다. 이날 애니 레오나드 그린피스 상임이사는 “북극해를 보호하기 위해 싸워온 모두의 승리”라며 “지속가능한 미래와 에너지 혁명의 시대에 한발짝 다가섰다”고 말하며 로열더치셀의 결정을 환영했다.
[연규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