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민자 출신으로 노숙자 신세를 거쳐 미국 대통령을 대대로 단골 고객으로 두었던 ‘대통령의 양복 재단사’가 별세했다.
미 언론은 양복 재단사 조르주 드 파리가 13일(현지시간) 미 버지니아 주 알링턴의 한 의료시설에서 지병인 뇌종양으로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향년 81세인 드 파리는 52년간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미 대통령 9명의 양복을 지어 왔다.
특히 드 파리는 길거리 노숙자에서 ‘대통령의 재단사’에까지 오른 파란만장한 인생사로 유명했다.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태어난 드 파리는 1960년 27세 때 자신의 재봉 기술과 정착금 4000달러만을 가지고 미국에 왔다. 이후 미국인 여자친구와 지내다 헤어지면서 여자친구에게 맡겼던 4000달러를 돌려받지 못했다. 알거지가 된데다 심지어 영어조차 못 했던 드 파리는 6개월을 길거리에서 노숙하며 지냈다.
하지만 재봉 기술을 바탕으로 프랑스계 캐나다인이 경영하는 양복점에 취업, 꾸준히 푼돈을 모아 자신만의 양복점을 차렸다.
그러던 중 백악관 인근 식당에서 하원의원 오토 패스먼을 만나며 인생의 전환점을 찾았다. 드 파리의 양복에 만족한 패스먼 의원이 당시 부통령이던 린든 존슨에게 드 파리를 소개했고, 존슨 부통령도 양복을 그에게 맡겼다. 이후 1963년 케네디 대통령 암살로 존슨 부통령이 대통령에 올라선 이래 대통령들의 양복을 전담해 왔다. 1969년 미국 시민권도 취득했다.
드 파리는 생전 인터뷰에서 역대 미 대통령에 대한 나름의 평가를 남겼다. 가장 좋아했던 사람은 “가장 친근하고 또 품위있던” 레이건과 조지 부시 대통령이었다. 레이건은 수다스럽기도 했고, 닉슨은 “항상 내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 등 매우 다정했다고 평했다. 반면 지미 카터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과묵한 모습이었고, 빌 클린턴은 “요구사항이 많고 차가웠던”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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