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조장 사이트’ 애슐리 매디슨 해킹 사건으로 인해 애슐리 매디슨 회원이었음이 들통난 한 미국 목사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9일(현지시간) CNN을 비롯한 현지 언론은 미국 미시시피 주 펄링턴에 있는 제1남부 침례교회 목사이자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의 침례교 신학대학 교수인 존 깁슨(56)이 지난달 24일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18일 회원 데이터베이스가 인터넷에 무차별 살포된 이후,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고 자책해 온 깁슨 목사는 결국 엿새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깁슨 목사의 시신은 뉴올리언스에 위치한 자택에서 자신의 악행과 수치스러운 행동을 시간 순으로 적어둔 유서 노트와 함께 발견됐다. 악행 목록에는 당연히 애슐리 매디슨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깁슨 목사의 부인인 크리스티 깁슨은 “그는 명단에 있는 자신의 이름에 대해 얘기하며 너무, 너무 미안할 뿐이라고 얘기했다”며 “직업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우울증에 대해 얘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깁슨 부인은 남편의 평소 생활에 대해 “깁슨은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을 위해 바치며 호의와 자비, 용서를 모두에게 베풀어 왔다”며 “하지만 그는 정작 자신에게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가족은 물론 많은 사람들도 용서할 수 없을 만큼 나쁜 일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남편은 매우 큰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말해야 할 때만큼 슬픈 순간이 어디 있겠느냐”며 자신의 깊은 슬픔을 전한 깁슨 부인은, 애슐리 매디슨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사랑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며 남편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피하라고 당부했다.
CNN은 깁슨 목사가 평소 개인 여가시간에 학생들의 자동차를 무료로 고쳐주는 훌륭하고 상냥한 이웃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과거에 겪은 우울증과 약물 중독으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슐리 매디슨을 운영하는 아비드 라이프 미디어(ALM)는 깁슨 목사의 죽음을 접하고, “깁슨 목사의 사망은 해킹 범죄가 많은 무고한 이들에게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상기시키는 참담한 사건”이라는 위로 성명을 냈다.
애슐리 매디슨을 해킹한 해커 그룹은 지난달 18일 애슐리 매디슨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원 3200만여명의 인적사항이 담긴 자료를 인터넷에 무차별 살포한 바 있다. 그 이후 미국과 캐나다에서 최소 4건의 관련 자살사건이 발생했다.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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