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설비와 최고인력을 투입해 유독물질 조사범위를 확대하라.”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20일 국무원 상무위원회에서 톈진 폭발사고와 관련해 이같이 지시했다. 사고 이후 유독물질 유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자 환경오염 조사를 전면 확대키로 한 것이다.
22일로 사고 열흘째를 맞은 가운데 톈진사고가 ‘환경재앙’으로 비화하고 있다. 맹독성 물질인 시안화나트륨 550t이 폭발로 유출됐다는 사실이 20일 밝혀졌고, 사고현장에 고인 5만t 폐수도 유독물질에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웅덩이에선 시안화나트륨 농도가 기준치의 800배로 검측됐다.
21일 중국중앙(CC) TV에 따르면 환경보호국이 직경 100m, 수심 약 6m 규모 물웅덩이를 조사한 결과 시안화나트륨이 평균적으로 기준치의 40배를 초과했고, 최대 800배를 넘은 곳도 있었다. 환경당국은 오염된 폐수를 처리하기 위해 화생방부대를 동원해 펌프로 끌어올려 정화처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 CCTV는 폐수를 모두 정화처리하려면 최대 2~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오염된 폐수가 인근 토양이나 지하수로 유입돼 2차 오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가 내리면 웅덩이가 넘쳐 폐수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수 있다.
톈진시 당국은 21일 사고현장에 남아있는 대량의 맹독성 화학물질 규모를 처음 확인했다. 폭약의 일종인 질산암모늄, 질산염 등이 1300t, 금속나트륨과 금속마그네슘 등 인화물질 500t, 시안화나트륨 등 맹독 물질 700t이다. 당국은 현장에 남아있는 위험물질 회수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이미 유출이 확인된 시안화나트륨과 마찬가지로 다른 유독 물질도 폭발과 함께 상당부분 유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사고를 내 회사가 규정을 어기고 제멋대로 화학물질을 보관해온 사실이 드러나 당국이 파악한 것보다 보관규모가 더 컸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0일 폭발현장에서 6km 떨어진 하천에서 물고기떼가 폐사해 배를 수면에 떠있는 모습이 발견된 뒤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이 증폭하고 있다. 시나웨이보를 비롯한 중국 SNS에서는 배를 드러내고 수면에 떠오른 물고기떼 사진과 함께 “예전에는 이런 광경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는 주민 발언이 급속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톈진시 환경당국은 폐사한 물고기떼를 수거해 샘플조사한 결과 시안화나트륨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국의 위험물질 수거와 정화작업이 벌어지는 ‘핵심구역’외 지역의 오염여부도 논란꺼리다. 그동안 사고지점 인근에서 실시한 대기, 수질 조사에서 허용치 이상의 오염물질이 여러 차례 검출됐지만 당국은 “위험 지역 반경 3㎞만 벗어나면 괜찮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당국은 21일에서야 사고현장 인근 건축물에 대한 안전검사와 소독작업을 시작했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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