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롯데그룹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내홍을 겪고있는 가운데 이와 비슷한 사건이 중국 산시성에서 발생해 관심을 끌고 있다.
산시성에서 코크스를 생산하는 산자에너지 옌지잉(사진) 창업자는 지난 6월 베이징에서 치료를 받던 도중 급사했다. 그는 산자에너지와 계열사 주식 등 자산 100억위안(약 1조8000억원)을 유산으로 남겼다.
하지만 창업자가 생전에 지분을 정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지분을 둘러싼 내홍이 발생했다. 옌지잉의 본처 차오모씨와 사실혼 관계의 또 다른 처 궈모씨, 그들의 일곱 자녀들이 진흙탕 지분 다툼을 시작한 것. 지난 7월 유산을 정리하려던 차오모 씨와 5명의 자녀들은 회사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다. 남편의 또 다른 아내 궈모 씨와 자녀들이 회사를 장악하고 가동을 중단한 것.
차오씨와 계열사 CEO인 차남은 법률에 따라 법정 가족이 모든 지분을 상속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창업자 생전에 이미 회사의 재무총감을 맡아 돈줄을 장악하고 있던 궈씨와 다른 계열사 CEO인 궈씨 장남이 현재 실질적으로 회사를 통제하며 이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자 본처측에선 궈씨의 자녀들이 옌지잉의 친자라는 조사결과가 나오면 재산을 분배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선 상태다. 본처측은 궈씨가 회사 재산을 외부로 빼돌리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1980년대 소규모 탄광으로 사업을 시작한 창업자는 90년대 이후 석탄관련 화학업체와 여행업체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 계열사는 10곳에 달한다. 창업자가 한때 ‘석탄대왕’으로 불리울 정도로 사세가 컸지만, 최근 수년간 석탄 관련 업체들은 불경기로 어려움을 겪고있고 여행사가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양측의 지분다툼도 여행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 석탄 관련 계열사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업황에 경영공백까지 겹쳐 사실상 와해 지경에 빠졌다. 남방도시보등 중국매체에 따르면 공장은 가동중단 상태에 빠졌고, 직원들은 매일같이 회사에 찾아와 밀린 월급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이다.
급기야 지방정부까지 나서 이들을 중재하는 자리를 마련했지만 양측 모두 합의문에 서명하길 거부했다. 현재 양측은 대형 로펌을 고용해 소송에 대비하고 있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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