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해군항공대의 주력기였던 ‘제로센’은 일본 항공기술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제로센은 영식함상전투기(零式艦上戰鬪機)의 줄임말로 2차 대전 당시 자살공격(가미카제)에 동원된 전투기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일본은 2차 대전 초기 제로센을 활용해 전쟁에서 우세를 차지하며 연합군에 공포의 대상이었다. 제로센은 조종석과 연료탱크에 방탄을 하지 않아 무게를 줄였다. 그 덕분에 출력이 떨어지는 엔진으로도 항속거리가 길었으며 기동력을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측이 추락한 제로센을 회수해 대응 전략을 찾아내고 신형 전투기를 내놓으면서 전세는 달라졌다. 제로센은 기체 강도가 약해서 기총을 몇 발 명중시키면 격추할 수 있는 약점이 있었다. 미국과 유럽에 밀리기 시작한 일본은 제로센의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개량을 시도했다.
하지만 엔진이 약한 상황에서 조종석과 연료탱크에 방탄을 추가하자 오히려 뛰어난 기동력과 긴 항속거리를 잃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1942년 미드웨이 해전에서 베테랑 파일럿을 대량으로 잃은 일본은 급격히 무너졌다. 일본은 수세에 몰리자 제로센을 자살공격(가미카제)에 동원했다.
일본에선 하쿠타 나오키의 소설 ‘영원의 제로(2006년)’가 2013년 영화로 제작되면서 제로센 붐이 일어났다. 이 영화는 가미카제에 나선 제로센 조종사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TV도쿄는 올해 초 이를 바탕으로 개국 50주년 특집 드라마를 방영했다. 전쟁 때 사용된 제로센 실물을 복원해 비행을 시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일본 방위성은 제로센 신화를 재현하기 위해 독자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 F3(일명 심신(心神))의 시험 비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전투기는 전쟁 당시 제로센을 생산한 미쓰비시중공업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며 ‘헤이세이(일본 현재 연호)의 제로센’으로 불린다. 일본 언론은 F3가 내년 말까지 시험비행에 나설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F3는 독자적으로 개발중인 엔진을 탑재할 예정인데, 미국의 F22(랩터) 최신형 전투기와 비교해도 성능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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