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가 중국기업의 수주가 유력시되는 고속철 사업을 보류하기로 했다. 작년 11월에 이어 두 번째로 단행한‘일방적 취소 및 연기 통보’로 중국 매체들은 하나같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멕시코 매체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는 210km에 달하는 멕시코시티-케테타로 구간 고속철사업(이하 멕-케 사업)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루이스 비데가라이 멕시코 재무장관은 “우리는 작년10월 유가가 배럴 당 85달러임을 가정하고 2015 예산안을 짰었다. 유가가 반토막이 된 지금 예산 삭감은 불가피한 일이다”라고 밝혔다. 예산의 1/3을 차지하는 유가가 급락하자 러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허리끈을 조인 셈이다. 향후 멕시코 정부는 85억 달러(약 9조3000원)를 삭감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번 삭감 대상에 44억에 달하는‘멕-케 사업’이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멕시코는 이미 원수주업체인 중국철도건설공사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바 있다. 당시 중국철도건설공사 측은 소송을 준비했지만 멕시코 정부가 낙찰금액의 1% 내외를 보상하고 재입찰에 참여할 자격을 주겠다며 겨우 무마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또 다시 일방적으로 사업을 무기한 연기한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인 인민일보는 “그동안 중국철도건설공사는 5개 업체와 컨소심엄을 구성하며 공사 기간, 가격, 수준 등 모든 면에서 우위를 보여왔다”며 “개발도상국 정치는 불안정하기 마련이다. 혹여나 멕시코 정부 배후에 강대국들의 조직적 간섭이 있었던 것 아닌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북경매체인 신경보 역시 멕시코 매체를 인용하며 “저유가로 공사비용이 줄고 전 세계 주요국가가 저금리 정책을 펴 자금조달비용이 싼 지금이야말로 SOC투자에 적기”라며 멕시코시티 공항건설 건은 그대로 진행하면서 ‘멕-케 사업’은 무기한 연기한 멕시코 정부의 이중적 태도를 비판했다.
중국 매체가 이번 ‘멕-케’사업 연기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인 것은 ‘고속철 수출’이 국가의 사활을 건 역점사업이기 때문이다. 31일(현지시간) 중국청년보에 따르면 현재 중국 고속철도는 4개 성을 제외한 중국 전역을 연결되어 있다. 거리로 환산하면 총 1만6000km에 달해 세계 전체 철도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동시에 중국은 2020년까지 전 국토를 동서남북으로 잇는 ‘4종 4횡’철도망 계획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베이징과 상하이를 잇는 징후 고속철만이 현재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 내수시장에서 중국 고속철만의 수익모델이 확보되지 않은 셈이다. 수출을 통해 새로운 고속철 수익모델을 확보하려는 중국 입장에선 멕시코 정부가 발주하는 ‘멕-케 사업’은 놓칠 수 없는 ‘황금알’이다. 관영매체인 신화통신은 “중국 고속철 수출모델이 중-멕시코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수익모델을 낼 수 있다”며 이번 사업 연기에 대한 아쉬움을 은연 중에 드러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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