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크라시 프렙 공립학교' 설립자 방한
"한국은 '한강의 기적'으로 유명하잖아요. 뉴욕 할렘의 학생들에게도 이런 기적을 이룰 수 있다고 가르치려고 합니다."
미국 뉴욕 할렘가의 자율형 공립학교인 '데모크라시 프렙 공립학교'(Democracy Prep Public School·DPPS)는 한국식 교육 방식을 일부 도입해 화제가 되는 곳입니다.
학생들은 한국어를 필수로 공부해야 하고, 한국 문화와 예절도 배웁니다.
2006년 DPPS를 세운 공동 설립자인 스테이시 버드셀(36) 스포사토 교육대학원 교수가 20일 방한, 국내 기자들과 만났습니다.
"저희 학교에서 강조하는 한국적 가치는 세 가지가 있어요. '교육은 가장 중요한 것이다' '노력하면 성공한다' '교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죠. 교사에 대한 존경심도 중요한 가치 중 하나에요."
버드셀 교수는 2000년대 초반 미 정부의 국제문화 교류 프로그램에 따라 전남 해룡고에서 원어민 교사로 근무하면서 한국의 교육 제도와 학교 문화 등을 처음 접했습니다.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한국 학교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동료인 세스 앤드루 교장과 함께 맨해튼 빈민가에 DPPS를 세웠습니다.
"저희 학교 학생은 대부분 흑인이나 라틴계의 저소득층 자녀가 많아요. 그들이 한국식 가치를 배우면서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하는 거죠. 한국이 이룬 '한강의 기적'처럼요."
초·중·고 과정을 가르키는 DPPS에서는 고교 4년 동안 한글을 필수로 배워야 합니다. 한국 문화와 예절 수업도 하고, 정기적으로 '한국 거리 축제'도 개최합니다.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눈에 띄게 좋아져 DPPS는 2010년 뉴욕시 최우수 공립학교로 선정됐고, 현재는 미국 3개주 10개 학교로 늘어났습니다. 재학생 수는 2천500∼3천500명 사이를 오갑니다.
"한글을 배우면서 학생들이 얻는 성취감이 아주 커요. '나도 무엇이든 배울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기는 거죠. 이를 토대로 다른 과목도 성취도가 올라갑니다. 처음엔 한국어 수업에 의문을 품던 학부모들도 생각이 달라져요. 대학 입시에서도 한국어를 할 줄 안다고 하면 돋보이는 학생이 되거든요."
한국어 수업은 한국인이나 한국계 미국인 교사가 가르치는 경우가 많고, 최근엔 방과 후 학교를 신설해 한국의 부채춤, 탈춤 등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버드셀 교수는 한국의 공교육이 사교육에 밀려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미국 할렘가와 한국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학교에서는 특정한 방법으로 너무 많은 정보를 주입하는 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양한 포맷으로 교육해 학생이 스스로 조사하고 추론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되면 학생이 목소리를 내게 되고 리더십, 지적 창의력, 호기심을 키우게 된다"면서 "선생님은 이를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버드셀 교수는 대교문화재단은 관악구 대교타워에서 개최한 '2014 글로벌 교육포럼' 참석 차 방한했습니다. 포럼에서는 국내외 교육 전문가와 교사 등 200여명이 '인성과 창의로 미래 교육을 말한다'는 주제로 사례 연구와 토론 등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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