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갈피를 못잡고 있다.
고용시장은 예상보다 더 빨리 회복되고 있지만 저인플레이션 흐름은 오히려 강화되는 상반된 신호가 잡히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기대치를 넘어서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고용시장만 놓고 보면 내년 기준금리 인상은 당연해보인다. 미국 실업률은 지난 2012년 9월 연준이 경기부양을 위한 3차 양적완화(QE3)를 시작했을때 7.8%였지만 2년여만인 지난달말 현재 5.8%로 뚝 떨어졌다. 반면 30개월째 소비자물가지수가 연준의 2% 물가목표치에 미달하는 저인플레이션 흐름이 이어지면서 기준금리 인상시점을 늦춰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연준이 19일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0월 정례회의(28~29일)의사록에 따르면 "상당수 연준위원들은 강달러, 해외경제 성장률 둔화, 저유가 추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수개월간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계 입장에서 저물가가 반가울수 있겠지만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물가목표치를 밑도는 것을 원치 않는다. 적정한 물가수준이 유지되지 않으면 제품가 하락으로 기업 실적이 나빠지고 이로인해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임금상승률도 정체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해 연준은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하락이 실제 물가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시건대학(UOM)의 11월 가계설문예비조사 결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지난 2009년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개인·기업들이 물가하락을 기대할 경우, 임금·가격 인상 여력이 확 줄어드는 자기실현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노무라증권 루이스 알렉산더 수석미국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실업률이 생각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은 기대만큼 올라서지 않고 있다”며 "때문에 시장은 연준이 이같은 이중적 환경속에서 어떤 방향으로 기준금리 정책을 세울지 감을 잡기 힘들게 됐다”고 진단했다.
시장은 기준금리 인상시점과 관련해 다음달 16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12월 FOMC 정례회의 성명서에서"양적완화 종료후에도 상당기간(considerable time)저금리를 유지한다”는 표현이 삭제될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구가 폐기되거나 수정될 경우, 연준이 예정대로 기준금리를 내년 중반께 인상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반대로 문구를 그대로 유지하면 시장예상보다 연준 저금리 기조가 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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