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검찰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재벌 사업가 겐나디 팀첸코를 돈세탁 혐의로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러시아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이뤄지는 이번 수사로 양국 관계가 추가로 악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뉴욕주 동부지방검찰청은 팀첸코가 부패와 관련된 자금을 미국 금융시스템을 통해 거래했는지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팀첸코가 공동 설립한 석유 거래업체 군보르가 러시아의 국영석유업체 로스네프트로부터 구입한 석유를 제 3자에게 판매한 과정에서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검찰은 특히 푸틴 대통령의 개인 자금이 이번 거래에 관련됐는지도 캐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푸틴 대통령이 군보르에 투자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러시아 제재의 일환으로 푸틴의 최측근이자 돈줄로 여겨지는 팀첸코를 지난 3월 경제 제재 대상에 올렸다.
현재 수사 중인 거래는 팀첸코가 제재 대상에 오르기 전에 이뤄졌지만 이와 상관없이 관련 자금이 부패 활동과 관련됐다면 돈세탁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팀첸코가 돈세탁 혐의로 기소되면 인터폴이 적색 수배령을 내려 체포 및 미국 송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된 이래 미국 사법당국이 러시아 인사를 부패 혐의로 수사하는 것은 처음으로, 푸틴 대통령을 지원하는 재벌들이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하지만 군보르는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군보르의 대변인인 세스 피에트라스는 "팀첸코는 과거 군보르의 주주였을 뿐"이라고 선을 그은 뒤 "회사의 모든 활동은 돈세탁 방지나 반부패 방지에 대한 국제 기준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팀첸코는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르기 직전에 군보르 주식을 모두 팔았다.
푸틴 대통령의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도 "수사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푸틴 대통령이 군보르에 투자했다는 미국측 주장에 대해 "허튼 소리(Nonsense)"라고 일축했다.
팀첸코는 푸틴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1990년대 초반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정부에서 일하던 시절 만나 같은 유도 클럽에 다니며 친분을 쌓았다.
팀첸코가 스웨덴 사업가 토르비요른 토른크비스트와 공동으로 설립한 군보르는 푸틴이 정권을 잡은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해 세계 4위의 석유거래 업체가 됐다.
러시아 야권에서는 팀첸코가 푸틴과의 친분을 이용해 석유와 가스를 할인된 가격에 매입했다고 주장해 왔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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