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 티모시 가이트너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고위급 금융 트리오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보험회사 AIG그룹의 구제금융 관련 소송으로 잇따라 법정에 선다.
이들 트리오는 AIG그룹의 최대주주였던 스타인터내셔널이 제기한 소송에 증인으로 출석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스타인터내셔널은 정부의 구제금융 집행 과정이 법적으로 정당하지 못했다며 주주 배상금으로 400억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가 주주 동의 없이 AIG 지분 79.9%를 가져가 불법으로 경영권을 인수했다고 주장했다. 또 850억달러(약 91조350억원)의 구제금융에 대해 부과한 14%의 이자율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 측은 당시 구제금융 집행절차가 정당했다는 입장이다. 폴슨 전 재무장관은 6일 약 2시간에 걸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AIG에 대한 구제금융은 주주들에게 가혹하게 진행됐지만 필요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다"며 "AIG 사례는 월가와 투자자들에게 쉽게 지원받을 수 없다는 교훈을 안겨준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버냉키 전 연준 의장과 가이트너 전 뉴욕 연준은행 총재도 이번 주에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다. 미국 페이스대학 존 앨런 제임스 교수는 "이 정도 급의 미국 금융기관 인사들이 연이어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그들에게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냉키 전 의장과 가이트너 전 뉴욕 연준은행 총재는 앞서 2008년 금융위기가 대공황보다 심각했다며 AIG에 대한 구제금융이 없었다면 경제.금융이 붕괴됐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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