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 핌코를 상대로 인위적으로 상장지수펀드(ETF) 운용 수익률을 부풀렸는지 본격적으로 조사에 나섰다.
최근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이끄는 대표펀드 '토탈리턴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문제로 지적된 상황에서 운용 수익률 조작이 새로운 난제로 등장한 것이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SEC는 수개월 전부터 핌코의 가격조작 문제를 조사했으며 그로스는 사정 청취를 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그로스는 이와 관련 WSJ의 취재에 응하지 않은 상황이다.
SEC는 모펀드인 토탈리턴펀드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용되는 '토탈리턴펀드 ETF'에서 할인된 가격에 채권을 매입하고서도 이를 장부에 계상하는 과정에서 높은 가격으로 반영해 수익률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예를 들어 50만달러짜리 채권을 48만달러에 사들인 직후 50만달러로 기입해 2만달러에 해당하는 4%의 수익률을 챙기는 방식이다. 이같은 방식으로 가격을 조작하면 단기간에 투자 수익률이 오른 것처럼 보여줄 수 있다. 36억달러(약 3조7500억원) 규모의 토탈리턴펀드 ETF는 2012년 3월 출범해 지금까지 누적 수익률이 16% 수준이다.
핌코가 수익률을 부풀렸다면 투자자들은 이 펀드의 운용 실적에 대해 부정확한 정보를 받았던 것이 된다. SEC가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미국 증권법은 가격, 운용 성적 등과 관련해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잘못된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실수일지라도 불법으로 보고 있다. SEC는 핌코가 어떻게 할인된 가격으로 특정 채권을 매입할 수 있었는지, 어떻게 이를 더 높은 가치로 장부에 반영했는지 등도 조사하고 있다.
마크 포터필드 핌코 대변인은 "핌코는 비공개적인 수사를 벌이는 SEC에 협조하고 있으며 펀드 규제나 고객들에 대한 책임을 중요시하고 있다"며 "우리가 매입한 자산을 계상하는 과정은 충분히 적절했으며 업계 관행을 충실하게 따랐다고 확신한다"고 해명했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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