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원의원직을 잃고 정치인생에 치명타를 입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선거법 개정 협상으로 정계 중심에 복귀했다.
세금 횡령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18일 저녁 집권 민주당의 새 지도자 마테오 렌치를 만나 선거법 개정 문제를 논의했다고 영국 BBC가 다음날 보도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상원의원직을 잃긴 했지만 여전히 이탈리아 최대 야당인 포르차 이탈리아당을 이끌고 있다.
베를루스코니의 생명줄이 된 이탈리아 선거법은 상.하원 의원들이 모두 정당의 비례대표 명부 순위에 따라 선출되는 '완전 비례대표제'로 운영된다. 상원은 지역별로, 하원은 전국 단위로 각각 최다 득표를 한 정당이 자동으로 340석(55%)을 가져간다. 그리고 상.하원이 똑같은 권한을 가지고 있어 양쪽 모두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않으면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이 직접 심판자 역할을 팔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민주당의 렌치는 2시간이 넘는 회담이 끝나고 "베를루스코니의 포르차 이탈리아당이 선거법 개정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베를루스코니와 정치개혁 방안 등에 대해 깊은 공감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와 렌치의 회담을 달갑지 않게 보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일부 시위대는 베를루스코니가 회담 장소에 도착하자 자동차에 계란을 던지고 "범죄자와 협상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민주당 내부에서도 지난 1년 동안 대립각을 세우던 베를루스코니와 선거법 개정을 논의한 것에 일부 불만을 토로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지난해 세금 횡령으로 유죄판결을 받고 상원의원직을 박탈당했다. 또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1심에서 7년의 징역형과 평생 공직진출 금지를 선고받았으나 지난 2일 항소했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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