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부임 1년도 못 채우고 경질됐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오늘(16일) 오후 정몽규(62)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기자회견에 앞서 클린스만 감독에게 경질을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6일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졸전 끝에 요르단에 0대 2로 패한지 열흘 만입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오늘(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오늘 임원 회의에서 어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내용을 보고 받아 의견을 모았고,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대표팀 감독을 교체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늘(16일) 오후 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 사진=연합뉴스
클린스만은 카타르 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을 떠난 벤투 감독의 후임으로 선임됐습니다.
현역 시절 독일 국가대표로서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했지만, 감독으로는 2006 독일 월드컵 3위를 달성한 이후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기 때문에 평가가 엇갈려 왔습니다. 독일 월드컵의 성과도 당시 전술 코치의 영향이 컸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특히 클린스만은 한국 대표팀을 맡기 전 가장 최근 감독 경력이었던 헤르타 베를린에서 사령탑에 오른 지 10주 만에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일방적으로 사퇴를 통보하는 행동으로 지탄받은 바 있습니다.
어제(15일) 열린 전력강화위원회에 화상으로 참석한 위르겐 클린스만 / 사진=연합뉴스
클린스만 감독은 작년 3월 콜롬비아와 친선경기(2대2 무승부)를 통해 한국 사령탑 데뷔전을 치뤘습니다. 이후 이어진 경기에서 5경기(3무2패) 연속으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는 축구 대표팀에 전임 감독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래로 부임 이후 다섯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최초 사령탑이 됐습니다.
외유 논란에도 끊임 없이 휩싸였습니다. 그는 부임 이후 국내에 상주하면서 K리거들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지는 대신 주로 자택이 있는 미국과 이미 검증된 선수들이 뛰는 유럽에 주로 머무르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재임 기간 내내 전술이 없다는 평가를 받은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에서도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며 힘겹게 16강에 올랐습니다.
사우디와 맞붙은 16강, 호주를 상대한 8강전에서 손흥민 등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힘입어 힘겹게 승리했지만, 4강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0대2로 패배, ‘유효슈팅 0개’라는 굴욕을 당했습니다. 초반부터 상대에 밀리는 상황에서도 클린스만이 적절한 전술적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지난 8일 아시안컵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위르겐 클린스만 / 사진=연합뉴스
“아시안컵 결과로 말하겠다”고 했던 그는 귀국 공항 인터뷰에서 “아시안컵 4강 진출을 실패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잦은 해외 일정에 대해서도 “나의 일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귀국 이틀 만인 10일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출국했습니다.
부정적인 여론이 극에 달한 가운데, 대표팀 선수간 발생한 내분이 알려지며 클린스만 감독의 선수단 관리 능력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클린스만은 어제(15일) 전력강화위원회에 화상으로 참여한 자리에서 “선수단 불화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 전술 부재란 비판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정몽규 회장이 경질을 발표하기 약 2시간 전 인스타그램에 “모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대한민국 축구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우리를 아시안컵 준결승까지 이끌어 준 여러분들의 응원에 정말 감사드린다. 지난 12개월 간 놀라운 여정이었다. 아시안컵 준결승 이전까지 13경기 동안 패배가 없었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임원회의 후 경질 통보를 받고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써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클린스만호의 여정은 끝이 났습니다.
[윤도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oloopp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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