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SSG)은 올 시즌 가장 좋지 않은 투구를 했지만, 그 위기를 벗어나는 모습은 여전히 에이스였다.
김광현이 5이닝 7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10승을 거둔 10일 문학 kt-SSG전을 봤다.
사실 김광현의 10일 투구는 내가 지켜본 것이나 올 시즌 내용 중에서 가장 좋지 않은 투구였다. 직구의 평균 구속도 떨어졌고, 변화구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들어가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바깥쪽 체인지업을 많이 던지고,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그게 마음 먹은대로 들어가지 않다 보니까 볼카운트가 불리해졌고, 투구수가 많아지는 상황이 나왔다. 그런 걸 kt타자들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서 2득점을 했다.
사실 kt에겐 김광현을 조기강판 시킬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걸 SSG내야수 김성현과 외야수 라가레스가 한 차례씩의 호수비로 막아줬다. 거기서 김광현은 대량실점을 할 수 있는 흐름을 끊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장면은 4회 김광현이 2사 만루 위기에서 알포드에게 3구째 113km 커브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고 위기를 벗어나는 장면이었다. 김광현이 10일 던진 공은 대부분 속구 계열이었다. 또한 체인지업도 빠른 편이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느린 공인 커브를 던졌을 때 내용적으로 다 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광현이 앞으로도 커브를 원하는 만큼 제구할 수 있으면 더 편안한 투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오늘 같이 체인지업이 높은 코스에서 상대가 칠 수 있는 코스로 위험하게 꺾이거나, 슬라이더가 너무 옆으로 돌아나가서 빠질 때는 자칫 직구 코스에서 장타가 나올 수 있다.
전반기 막바지부터 시작한 피로 누적, 대상포진 확진, 우천 취소 및 로테이션 조정 등으로 김광현의 컨디션이 다운 돼 있는 것으로 보였다. 시즌을 치르면 그런 상황도 분명 겪을 수 있다. 오늘 원하는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해서 불만스러운 게 얼굴 표정에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모든 상황들에도 5이닝 2실점으로 상대를 막았다는 게 역시나 에이스다운 투구였다. 그 위기를 그만큼 슬기롭게 잘 극복해내는 것 역시 그만한 경험과 능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힘겹게 10승을 하게 됐는데 진심으로 축하하고, 역시 에이스다웠다.
kt는 앞서 전반기 중 칼럼에서 ‘kt다운 야구, kt다운 강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10일 경기를 보니, 비록 패했지만 이제야 지난해 보여줬던 kt만의 색깔이 있는 야구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kt가 하위권에서 4위까지 올라 상위권 순위 경쟁을 하고 있는 것에 분명한 이유가 보였다. 본격적인 kt의 투지 있는 야구가 시작되면서 승리가 따라준다면 다시 상위권 싸움을 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이제 kt는 호락호락하게 물러날 팀이 절대 아니다.
kt의 웨스 벤자민의 경우는 김광현과는 반대였다. 5이닝 6피안타 2사사구 4실점(3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는데, 김광현이 호수비의 도움을 받았다면 벤자민은 반대로 kt 야수들의 실책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게 아쉬운 점이었다.
우선 좌타자 상대로는 벤자민이 앞으로도 강점(좌타자 피안타율 0.225)을 보일 것 같다. 투구폼이 크로스로 펼쳐지면서 왼손 타자가 느끼기에 변화구의 각이 매우 예리하고 폭이 크게 느껴지는 투구 동작이다. 어떻게 보면 좌타자 입장에선 등 뒤에서 변화구가 날아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의 무빙을 보여줬기에, 상당히 까다로울 수 있다. 전체적인 투구 레퍼토리의 구성도 좌타자에겐 강점이 있다.
단지 아쉬운 건 우타자를 상대할 때는 약점이 보인다. 올해 많은 대체 외국인 투수들을 보며 느낀 공통점인데 대부분 슬라이더와 커브의 구사 능력은 좋지만,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체인지업이 밋밋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우타자 경쟁력이 높지 않은 경우들이 많은 것 같다.
벤자민 역시 우타자에게 쉽게 공략당하는 모습이 나왔다. 체인지업을 던지긴 하지만 그 각이 밋밋하가보니 맞아나가는 모습이 나왔다. 체인지업이 아니더라도 우타자 상대 결정구는 꼭 필요하다. 결국엔 벤자민의 경우 우타자를 어떻게 상대할 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게 한국 무대에서의 성공을 좌우할 열쇠가 될 것 같다.
kt 투수 가운데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올해 루키 박영현이었다. 직구 구속은 평균 142km 내외였는데 공 끝이 정말 너무나 좋았다. 과거 현대 왕조 시절에 좋은 볼 끝으로 직구 하나로만 타자를 이겨냈던 신철인 투수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그 이후 이정도의 공 끝의 움직임은 박영현에게서 처음 봤다. 이런 선수들은 구종 구사 능력이 단순하기에 구원투수가 더 어울린다. 10일 경기처럼 중간에서 짧은 이닝을 힘 있게 던져 준다면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기 힘든 구원투수로 성장할 훌륭한 가능성이 보인다.
(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
김광현이 5이닝 7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10승을 거둔 10일 문학 kt-SSG전을 봤다.
사실 김광현의 10일 투구는 내가 지켜본 것이나 올 시즌 내용 중에서 가장 좋지 않은 투구였다. 직구의 평균 구속도 떨어졌고, 변화구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들어가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바깥쪽 체인지업을 많이 던지고,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그게 마음 먹은대로 들어가지 않다 보니까 볼카운트가 불리해졌고, 투구수가 많아지는 상황이 나왔다. 그런 걸 kt타자들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서 2득점을 했다.
사실 kt에겐 김광현을 조기강판 시킬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걸 SSG내야수 김성현과 외야수 라가레스가 한 차례씩의 호수비로 막아줬다. 거기서 김광현은 대량실점을 할 수 있는 흐름을 끊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장면은 4회 김광현이 2사 만루 위기에서 알포드에게 3구째 113km 커브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고 위기를 벗어나는 장면이었다. 김광현이 10일 던진 공은 대부분 속구 계열이었다. 또한 체인지업도 빠른 편이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느린 공인 커브를 던졌을 때 내용적으로 다 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광현이 앞으로도 커브를 원하는 만큼 제구할 수 있으면 더 편안한 투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오늘 같이 체인지업이 높은 코스에서 상대가 칠 수 있는 코스로 위험하게 꺾이거나, 슬라이더가 너무 옆으로 돌아나가서 빠질 때는 자칫 직구 코스에서 장타가 나올 수 있다.
전반기 막바지부터 시작한 피로 누적, 대상포진 확진, 우천 취소 및 로테이션 조정 등으로 김광현의 컨디션이 다운 돼 있는 것으로 보였다. 시즌을 치르면 그런 상황도 분명 겪을 수 있다. 오늘 원하는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해서 불만스러운 게 얼굴 표정에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모든 상황들에도 5이닝 2실점으로 상대를 막았다는 게 역시나 에이스다운 투구였다. 그 위기를 그만큼 슬기롭게 잘 극복해내는 것 역시 그만한 경험과 능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힘겹게 10승을 하게 됐는데 진심으로 축하하고, 역시 에이스다웠다.
kt는 앞서 전반기 중 칼럼에서 ‘kt다운 야구, kt다운 강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10일 경기를 보니, 비록 패했지만 이제야 지난해 보여줬던 kt만의 색깔이 있는 야구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kt위즈의 구원투수 김영현은 과거 현대 유니콘스의 신철인을 떠올릴만큼 공 끝의 움직임이 뛰어났다. 매우 좋은 재목이라고 보인다. 사진=김영구 기자
1번부터 9번까지 라인업의 모든 타자들이 진짜 끈질기게 상대 투수를 물고 늘어지고, 상대 투수와 야수들을 모두 괴롭히는 모습이 상당히 눈에 띄었다. 그런 투지나 짜임새가 너무 좋아졌기 때문에 역으로 김광현이 고전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kt가 하위권에서 4위까지 올라 상위권 순위 경쟁을 하고 있는 것에 분명한 이유가 보였다. 본격적인 kt의 투지 있는 야구가 시작되면서 승리가 따라준다면 다시 상위권 싸움을 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이제 kt는 호락호락하게 물러날 팀이 절대 아니다.
kt의 웨스 벤자민의 경우는 김광현과는 반대였다. 5이닝 6피안타 2사사구 4실점(3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는데, 김광현이 호수비의 도움을 받았다면 벤자민은 반대로 kt 야수들의 실책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게 아쉬운 점이었다.
우선 좌타자 상대로는 벤자민이 앞으로도 강점(좌타자 피안타율 0.225)을 보일 것 같다. 투구폼이 크로스로 펼쳐지면서 왼손 타자가 느끼기에 변화구의 각이 매우 예리하고 폭이 크게 느껴지는 투구 동작이다. 어떻게 보면 좌타자 입장에선 등 뒤에서 변화구가 날아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의 무빙을 보여줬기에, 상당히 까다로울 수 있다. 전체적인 투구 레퍼토리의 구성도 좌타자에겐 강점이 있다.
단지 아쉬운 건 우타자를 상대할 때는 약점이 보인다. 올해 많은 대체 외국인 투수들을 보며 느낀 공통점인데 대부분 슬라이더와 커브의 구사 능력은 좋지만,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체인지업이 밋밋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우타자 경쟁력이 높지 않은 경우들이 많은 것 같다.
벤자민 역시 우타자에게 쉽게 공략당하는 모습이 나왔다. 체인지업을 던지긴 하지만 그 각이 밋밋하가보니 맞아나가는 모습이 나왔다. 체인지업이 아니더라도 우타자 상대 결정구는 꼭 필요하다. 결국엔 벤자민의 경우 우타자를 어떻게 상대할 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게 한국 무대에서의 성공을 좌우할 열쇠가 될 것 같다.
kt 투수 가운데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올해 루키 박영현이었다. 직구 구속은 평균 142km 내외였는데 공 끝이 정말 너무나 좋았다. 과거 현대 왕조 시절에 좋은 볼 끝으로 직구 하나로만 타자를 이겨냈던 신철인 투수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그 이후 이정도의 공 끝의 움직임은 박영현에게서 처음 봤다. 이런 선수들은 구종 구사 능력이 단순하기에 구원투수가 더 어울린다. 10일 경기처럼 중간에서 짧은 이닝을 힘 있게 던져 준다면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기 힘든 구원투수로 성장할 훌륭한 가능성이 보인다.
(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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