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우완 최영환(29)의 투구를 오랜만에 지켜봤다. 필자가 2015 시즌 한화 이글스에서 지도했던 때와 비교하면 투구폼 자체가 굉장히 안정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최영환은 12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 선발등판해 5이닝 5피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프로 입단 초기 직구, 슬라이더 투 피치에 의존하는 모습이었는데 이날 경기에서는 커브, 스플리터를 적절히 섞어 던지며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게 상당히 보기 좋았다.
불펜에서 던지던 때와는 다르게 선발투수로 나서면서 직구 스피드는 조금 줄어든 모습이었다. 150km를 쉽게 던졌던 신인 때와는 달랐다. 하지만 제구력은 더 정교해졌고 특히 팔의 백스윙이 크게 돌아 나오면서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투구 스타일로 바뀐 게 인상적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우완 투수 최영환이 안정된 투구폼을 바탕으로 좋은 투구를 해줬다. 사진=김재현 기자
최영환은 데뷔 초기 마운드에서 타자를 향해 공을 던지는 게 아니라 포수가 송구하는 듯한 독특한 팔 스윙을 가지고 있었다. 현재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선배 노경은(37)도 과거 비슷한 투구폼이었다.하지만 이런 폼은 부상 위험이 높고 체력적으로도 힘들다. 다행히 최영환은 팔이 밑에서 돌아서 나오는 편안한 동작을 찾은 것 같다. 이날 NC전에서는 5회까지 너무나 완벽한 좋은 피칭을 했다.
공을 놓는 타점이 높아지면서 직구 스피드가 140km 초중반에 형성돼도 타자 방망이에 먹히거나 파울이 되는 타구가 많았다. 변화구도 높은 낙폭으로 위에서 아래로 떨어져서 타자들이 상대하기 까다로워 보였다. 슬라이더 스피드도 전보다 줄었지만 각은 더 커져서 더 좋은 투구가 가능해졌다.
아쉬운 부분은 커브 제구였다. 이날 던진 15개의 커브 중 10개 넘는 공이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가지 않았다. 선발투수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변화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여야 한다.
이날 가장 안타까웠던 투수는 6회 마운드에 오른 베테랑 진명호(32)였다. 필자는 항상 불펜투수들에게 공격적인 투구를 강조한다. 진명호는 특히 좋은 직구와 슬라이더를 가지고 있는데 NC 타자들에게 볼넷을 연거푸 2개를 내주면서 결국 4실점으로 이어졌다. 롯데로서는 다 잡은 경기를 아깝게 놓쳤다.
롯데 벤치는 진명호가 잘 막아줄 거라는 판단 아래 교체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뒤에 박진형(27) 등 좋은 불펜투수들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투수 교체를 가져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7, 8회를 책임졌던 김도규(23)는 특히 눈에 띄었다. TV 화면으로 봤을 때 직구가 찍히는 스피드보다 더 묵직하게 들어가는 게 보였다. 이날 경기처럼만 던져준다면 향후 필승조, 추격조에서 큰 보탬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가줬다. 다만 투구 시 왼쪽 어깨가 조금 빨리 열리는데 이 부분만 보완한다면 굉장히 좋은 불펜 투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NC 선발투수였던 신민혁(22)은 기복이 아쉬웠다. 6이닝 5피안타 2피홈런 2볼넷 4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는데 공 자체는 상당히 좋았다. 문제는 체인지업이었는데 빠른 체인지업과 느린 체인지업을 던질 때 투구폼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빠른 체인지업은 직구와 거의 비슷한 팔 스피드로 공을 뿌려서 타자들이 속는 모습이었지만 느린 체인지업은 TV 화면으로 봐도 팔의 차이가 컸다. 체인지업은 직구와 같은 팔 스윙, 속도로 나와야만 효과적이다. 또 슬라이더보다는 커브가 더 예리했는데 슬라이더의 경우 볼로 던질 때는 확실하게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나는 투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용찬(32) 1이닝을 잘 막아줬다. 두산 시절 전성기 당시 직구 스피드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올랐다고 보인다. 포크볼, 슬라이더, 직구가 모두 힘 있게 들어갔다. 수술 경력이 있는 투수인 만큼 관리에만 신경을 쓴다면 올 시즌 필승조로 NC 불펜에 힘이 될 것이다.
NC 마무리 원종현(34)은 세이브는 기록했지만 제구가 원활하지 않았다. 반대 투구가 많고 슬라이더가 밀려 들어가는 공이 많았다. 공을 때리는 순간 임팩트에서 힘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릴리스포인트가 뒤 쪽에 있는 느낌을 받았다. 마무리 투수로서 조금 더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제구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 부분을 앞으로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하루빨리 최적의 밸런스를 찾길 바란다.
롯데에서 트레이드로 넘어온 좌완 강윤구(31)는 필자가 오랜 기간 지도했던 제자이기도 하다. 그동안 투구 시 무게 중심이 뒤로 쏠리던 모습이 상당 부분 개선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경기에서의 밸런스를 잘 기억해서 제구력이 더 안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다만 직구 스피드는 142km 이상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릴 때처럼 150km에 가까운 공을 던지기는 쉽지 않겠지만 어느 정도 구속이 나와야만 타자와 승부를 가져갈 수 있다.
(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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