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무명 골퍼' 로버트 스트렙(미국)은 미국 조지아주 시아일랜드 리조트의 시사이드 코스에서 벌어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맥글래드리 클래식에서 연장 접전 끝에 생애 첫 승을 거뒀다. 당시 27세의 젊은 스트렙은 우승컵을 많이 쌓아 올릴 스타 골퍼가 될 것이란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그 첫 우승의 달콤함이 오랫동안 쓰디쓴 경험으로 변할 줄은 전혀 몰랐다.
그럭저럭 무난한 성적을 내던 스트렙에게 치명적인 슬럼프가 찾아 왔다. 특히 2018년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해였다. 29개 대회에 출전해서 19번 컷오프됐다. 9연속 컷탈락해 석달간 한푼 벌지 못한 적도 있었다. 암흑의 시기는 오래갔다. 2019 시즌에도 28개 대회에서 16번 컷오프됐다. 2020 시즌 역시 19개 대회에서 12차례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세계랭킹은 380위까지 곤두박질 쳤다.
그런 그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가져다 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19'였다. 지난 시즌 페덱스컵 순위 125위 밖으로 밀렸으나 코로나19 사태로 PGA투어가 시드를 연장해 준 덕에 2020-2021시즌을 뛸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벼랑 끝에서 찾아온 희망은 어느 순간 행운으로 바꼈다. 6년 전 첫 승의 감격을 누렸던 바로 그 대회, 바로 그 장소에서 통산 2승을 거둔 것이다.
스트렙은 23일(한국시간) 시아일랜드 리조트의 시사이드 코스(파70)에서 열린 RSM 클래식 최종일 연장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RSM 클래식은 맥글래드리 클래식에서 이름이 바뀐 대회다.
이날 2언더파 68타를 친 스트렙은 7타를 줄인 케빈 키스너(미국)와 동타(합계 19언더파 263타)를 이룬 뒤 연장 두번째 홀에서 승리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18번 홀(파4)에서 치른 첫 번째 연장전에서 티샷이 벙커에 빠지는 위기 속에서도 파를 세이브한 스트렙은 같은 홀에서 열린 두 번째 연장전에서 '한 뼘' 버디를 잡아 키스너를 따돌렸다. 2014년 이 대회에서도 연장전 끝에 우승했던 스트렙은 통산 두 번째 우승도 이 대회에서 올려 남다른 인연을 과시했다.
2010년 창설된 RSM 클래식에서 두 차례 우승한 선수는 스트렙이 유일하다. 118만8000 달러(약 13억2000만원)의 우승 상금을 받은 스트렙에게는 2년 투어 카드와 마스터스 출전권을 확보한 게 더 의미 있었다. 2017년 이후 메이저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던 스트렙은 "멋진 일이다. 특히 마스터스 출전권을 받은 게 짜릿하다"고 기뻐했다. 그의 세계랭킹도 380위에서 116위로 껑충 뛰었다.
[오태식 스포츠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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