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안준철 기자
KBO리그를 대표하는 지장(智將)은 ‘가을 졸장(卒將)’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역대 최고 대우 감독’ 염경엽(51) SK와이번스 감독이 또 다시 가을 문턱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SK는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2019 KBO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졸전을 거듭한 끝에 1-10으로 완패했다. 말 그대로 완패였다. SK 마운드는 불붙은 키움 타선을 막아내기가 버거웠다. 염경엽 감독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선발 헨리 소사는 3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다. 2차전 살아났던 타선은 1득점 빈공에 허덕여야만 했다.
결국 시리즈 3연패로 셧아웃됐다. 고척 원정에서 2연승을 통해 인천에서 열리는 5차전 성사를 노렸던 SK이지만, 그냥 한 경기만에 인천으로 돌아가게 됐다. 모든 부분에서 키움에 역부족인 SK였다.
3년 만에 현장에 복귀한 염경엽 감독도 다시 가을야구의 쓴맛을 맛보게 됐다. 유독 감독으로서 가을에 좋은 기억이 없었던 염 감독이다. 맡은 팀을 100%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킨 염 감독이지만, 막상 포스트시즌 성적은 좋지 않다. 2013년 넥센(현 키움) 사령탑으로 감독 커리어를 시작한 염 감독은 그해 줄곧 류중일 감독(현 LG트윈스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2위를 달리다가 시즌 최종일에 한화 이글스에 고춧가루 세례를 받고, LG에 2위를 내주며 시즌을 마쳤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당시 4위 두산에 1·2차전 승리 후 3경기를 연달아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2014년에는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한 뒤 플레이오프에서 LG를 누르고 히어로즈 최초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지만, 삼성에 2승4패로 패퇴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염경엽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이 좌절된 뒤 눈물을 흘렸다. 2015년에도 3위로 마무리 할 수 있었지만, 결국 시즌 막판 두산에게 3위 자리를 내줬고,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다시 1승3패로 밀리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2016시즌도 넥센을 3위로 이끌었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4위 LG에 1승3패로 덜미를 잡히며 가을무대에서 쓸쓸히 퇴장했다. 당시 최종 탈락이 확정된 뒤 기자회견장에서 예정에 없던 히어로즈 감독직 사퇴를 발표했고, SK 단장으로 변신했다. 지난 두 시즌 간 단장을 역임하면서 트레이 힐만(현 마이애미 말린스 코치) 감독을 지원하며 지난해 정규시즌 2위,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재계약을 포기한 힐만 감독에 이어 사령탑으로 현장에 복귀했다. 역대 감독 최고 대우인 계약기간 3년, 계약금 4억원, 연봉 7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단장으로서 SK의 시스템 구축을 했고, 현장을 직접 지휘하는 전권 감독의 출현이었다.
현장에 복귀한 염 감독은 5월말부터 9월말까지 4개월 동안 SK의 단독선두 질주를 이끌었다. 그러나 끝이 좋지 못했다. 8월 말부터 SK가 추락했고, 결국 구단 최다승인 88승을 거두고, 두산과 동률을 이뤘지만 상대전적에서 밀리며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특히 9경기 차까지 벌렸던 2위권에 역전을 허용해 2위로 주저앉은 뒤 선수단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 실패한 게 플레이오프 졸전으로 이어졌다는 시선이 많다. 염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들어가기 전 선수단을 소집해 4시간 동안 미팅을 가졌는데, 결과는 독이 돼버리고 말았다. 한 선수는 당시를 떠올리며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한 관계자는 “말이 미팅이지, 4시간 동안 미팅을 하면 그건 고문이나 마찬가지다”라고 혀를 끌끌 찼다. 코칭스태프 중에도 당시 경직된 분위기를 떠올리며 고개를 흔드는 이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염 감독은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4시간 미팅 이후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원스 어게인 챌린지’라는 구호도 정했다”라고 밝혔다. 감독의 인지부조화였다.
2연패로 시리즈 탈락 위기에 놓인 이날 경기 전 염경엽 감독은 “야구는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분위기를 바꾸려면 이겨야 된다”라고 강조했지만, 말과 결과는 따로 놀았다. 이날 패한 뒤 염 감독은 “마무리훈련부터 열심히 준비해서 내년에는 더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했다.
‘가을 졸장’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떼지 못해 더욱 초라한 뒷모습이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KBO리그를 대표하는 지장(智將)은 ‘가을 졸장(卒將)’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역대 최고 대우 감독’ 염경엽(51) SK와이번스 감독이 또 다시 가을 문턱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SK는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2019 KBO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졸전을 거듭한 끝에 1-10으로 완패했다. 말 그대로 완패였다. SK 마운드는 불붙은 키움 타선을 막아내기가 버거웠다. 염경엽 감독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선발 헨리 소사는 3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다. 2차전 살아났던 타선은 1득점 빈공에 허덕여야만 했다.
결국 시리즈 3연패로 셧아웃됐다. 고척 원정에서 2연승을 통해 인천에서 열리는 5차전 성사를 노렸던 SK이지만, 그냥 한 경기만에 인천으로 돌아가게 됐다. 모든 부분에서 키움에 역부족인 SK였다.
3년 만에 현장에 복귀한 염경엽 감독도 다시 가을야구의 쓴맛을 맛보게 됐다. 유독 감독으로서 가을에 좋은 기억이 없었던 염 감독이다. 맡은 팀을 100%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킨 염 감독이지만, 막상 포스트시즌 성적은 좋지 않다. 2013년 넥센(현 키움) 사령탑으로 감독 커리어를 시작한 염 감독은 그해 줄곧 류중일 감독(현 LG트윈스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2위를 달리다가 시즌 최종일에 한화 이글스에 고춧가루 세례를 받고, LG에 2위를 내주며 시즌을 마쳤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당시 4위 두산에 1·2차전 승리 후 3경기를 연달아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2014년에는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한 뒤 플레이오프에서 LG를 누르고 히어로즈 최초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지만, 삼성에 2승4패로 패퇴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염경엽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이 좌절된 뒤 눈물을 흘렸다. 2015년에도 3위로 마무리 할 수 있었지만, 결국 시즌 막판 두산에게 3위 자리를 내줬고,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다시 1승3패로 밀리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2016시즌도 넥센을 3위로 이끌었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4위 LG에 1승3패로 덜미를 잡히며 가을무대에서 쓸쓸히 퇴장했다. 당시 최종 탈락이 확정된 뒤 기자회견장에서 예정에 없던 히어로즈 감독직 사퇴를 발표했고, SK 단장으로 변신했다. 지난 두 시즌 간 단장을 역임하면서 트레이 힐만(현 마이애미 말린스 코치) 감독을 지원하며 지난해 정규시즌 2위,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재계약을 포기한 힐만 감독에 이어 사령탑으로 현장에 복귀했다. 역대 감독 최고 대우인 계약기간 3년, 계약금 4억원, 연봉 7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단장으로서 SK의 시스템 구축을 했고, 현장을 직접 지휘하는 전권 감독의 출현이었다.
현장에 복귀한 염 감독은 5월말부터 9월말까지 4개월 동안 SK의 단독선두 질주를 이끌었다. 그러나 끝이 좋지 못했다. 8월 말부터 SK가 추락했고, 결국 구단 최다승인 88승을 거두고, 두산과 동률을 이뤘지만 상대전적에서 밀리며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17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SK 와이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SK가 1-10으로 패해 가을야구에서 탈락했다. SK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서울 고척)=천정환 기자
그리고 결국 가을야구 울렁증을 극복하지 못했다. 유독 단기전에서 경직된 팀 운영을 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염 감독인데, 3년 만에 복귀한 가을 무대에서는 인상적인 전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베테랑 내야수 나주환을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대주자 요원 둘을 포함시키고, 부진한 간판타자 최정을 3번 타순에 고수, 승부처에서 단기전 불펜 알바로 나선 선발 문승원을 중용하는 등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운영이 많았다. 과거 단기전에서 쓴맛을 볼때처럼 번번이 염 감독의 전략은 실패로 귀결됐다. 이날 패배로 염 감독의 포스트시즌 전적은 10승17패가 됐다.특히 9경기 차까지 벌렸던 2위권에 역전을 허용해 2위로 주저앉은 뒤 선수단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 실패한 게 플레이오프 졸전으로 이어졌다는 시선이 많다. 염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들어가기 전 선수단을 소집해 4시간 동안 미팅을 가졌는데, 결과는 독이 돼버리고 말았다. 한 선수는 당시를 떠올리며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한 관계자는 “말이 미팅이지, 4시간 동안 미팅을 하면 그건 고문이나 마찬가지다”라고 혀를 끌끌 찼다. 코칭스태프 중에도 당시 경직된 분위기를 떠올리며 고개를 흔드는 이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염 감독은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4시간 미팅 이후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원스 어게인 챌린지’라는 구호도 정했다”라고 밝혔다. 감독의 인지부조화였다.
2연패로 시리즈 탈락 위기에 놓인 이날 경기 전 염경엽 감독은 “야구는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분위기를 바꾸려면 이겨야 된다”라고 강조했지만, 말과 결과는 따로 놀았다. 이날 패한 뒤 염 감독은 “마무리훈련부터 열심히 준비해서 내년에는 더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했다.
‘가을 졸장’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떼지 못해 더욱 초라한 뒷모습이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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