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상철 기자] “다들 헌신했는데 내가 마무리를 하지 못해 아쉽다. 골을 많이 넣어 도움이 되고 싶다.”
지난 20일, ‘핫 피플’ 황희찬(22·잘츠부르크)은 키르기스스탄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3차전이 끝난 뒤 이 발언을 남기고 가장 마지막으로 경기장을 떠났다.
황희찬은 그라운드에서도 가장 늦게 발을 뗐다. 선수,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한 명씩 하이파이브를 한 그는 교민의 응원에 박수로 답했다.
그 가운데 황희찬은 한 명과 조금 긴 이야기를 나눴다. 공격수 출신 김은중 코치가 그를 따로 불렀다. ‘무득점’에 그친 황희찬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황희찬은 키르기스스탄전에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됐다. 0-0의 상황이었다. 16강 진출 여부가 불확실했다. 골이 필요했다. 공간부터 확보해야 했다. 황희찬은 적극적이고 저돌적인 돌파로 키르기스스탄의 촘촘한 수비를 무너뜨리고자 했다. ‘사포’도 그 일환이었다.
황희찬은 공격에 힘을 실어줬다. 후반 12분 손흥민의 골이 터진 후 키르기스스탄의 수비가 헐거워졌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간 황희찬이었다. 다만 추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세 번의 기회가 있었으나 그의 발을 떠난 슈팅은 크로스바 위로 뜨거나 골키퍼와 수비수에 막혔다.
이겼지만 한 골 밖에 넣지 못했다. 칭찬보다 비판이 더 많았다. 그 화살 중 일부는 또 황희찬에게 향했다. 3경기 167분 1득점. 황희찬의 조별리그 기록이다. 바레인과 첫 경기에서 팀의 여섯 번째 골을 넣었으나 승부가 기운 시점이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황희찬의 축구 인생에 2018 러시아월드컵보다 더 의미 있는 대회로 남을지 모른다. 경기력 부진에다 돌출 행동 논란까지 겹치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 시련을 이겨내 성장한다는 황희찬이다.
“꼭 우승하겠다.” 멋지게 마무리를 하고 싶다는 의지는 더욱 강해졌다. 우승으로 가는 길을 걷기 위해 골이라는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렇지만 득점이 쉽지 않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8골을 터뜨렸으나 말레이시아전과 키르기스스탄전에서 1골씩만 넣었다. 손흥민은 “골을 넣는 게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김 코치의 조언도 그 연장선이다. 김 코치는 “(황)희찬이가 골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전에도 찬스를 놓친 걸 자책하더라.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의욕이 강한데, 스스로 골을 많이 넣어야 한다고 부담을 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K리그 통산 123골(444경기)을 터뜨린 김 코치는 두 차례 아시안게임(1998·2002년)에 나갔지만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1998년 방콕 대회에는 11대9의 수적 우세에도 개최국 태국에 패해 8강 탈락했으며, 2002년 부산 대회에는 이란과 준결승서 승부차기 패배를 했다.
아시안게임 우승, 그리고 득점이 쉽지 않다는 걸 체감했다. 때문에 황희찬의 소망, 그리고 스트레스를 잘 이해한다. 툭툭 털어내기를 바랄 뿐이다.
지도자들은 “공격수라면 골 욕심을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지만 개인의 지나친 골 욕심은 팀에게 독이 될 수 있다. 공격수가 도울 수 있다는 방법은 꼭 골만이 아니다.
손흥민은 “황희찬의 키르기스스탄전 교체 투입 이후 공격에 활력이 생겼다. 비록 찬스를 놓쳤지만 나 또한 그런 경우가 많다. 반성할 부분은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희찬이가 간절하게 뛰는 모습이 다른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라며 반색했다. 그런 과정에서 골은 자연스럽게 터지는 것이다. ‘준비자세’만 갖추면 된다.
우승에 대한 열망은 김 코치 또한 크다. 심지어 토너먼트 첫 상대가 12년 전 악몽을 줬던 이란이다.
김 코치는 12년 전 이란전에서 선발 출전했지만 득점하지 못하고 후반 14분 교체됐다. 그리고 벤치에서 패배를 씁쓸하게 지켜봐야 했다. 이번에도 그는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한다. 다만 결과만은 다르기를 희망한다.
90분 안에 승부를 내야 한다. 한 골로도 승리할 수 있다. 12년 전에는 그 한 골이 없었다. 그리고 그 한 골을 이번에 황희찬이 넣는다면, 최상의 반전일 것이다.
김 코치는 “희찬이에게 부담을 덜어 마음 편하게 뛰라고 이야기했다. (지금 골을 넣지 못하더라도)경기는 남아있다. 중요한 순간에 골을 넣을 수 있는 것이다”라며 ‘기’를 불어넣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20일, ‘핫 피플’ 황희찬(22·잘츠부르크)은 키르기스스탄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3차전이 끝난 뒤 이 발언을 남기고 가장 마지막으로 경기장을 떠났다.
황희찬은 그라운드에서도 가장 늦게 발을 뗐다. 선수,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한 명씩 하이파이브를 한 그는 교민의 응원에 박수로 답했다.
그 가운데 황희찬은 한 명과 조금 긴 이야기를 나눴다. 공격수 출신 김은중 코치가 그를 따로 불렀다. ‘무득점’에 그친 황희찬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황희찬은 키르기스스탄전에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됐다. 0-0의 상황이었다. 16강 진출 여부가 불확실했다. 골이 필요했다. 공간부터 확보해야 했다. 황희찬은 적극적이고 저돌적인 돌파로 키르기스스탄의 촘촘한 수비를 무너뜨리고자 했다. ‘사포’도 그 일환이었다.
황희찬은 공격에 힘을 실어줬다. 후반 12분 손흥민의 골이 터진 후 키르기스스탄의 수비가 헐거워졌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간 황희찬이었다. 다만 추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세 번의 기회가 있었으나 그의 발을 떠난 슈팅은 크로스바 위로 뜨거나 골키퍼와 수비수에 막혔다.
이겼지만 한 골 밖에 넣지 못했다. 칭찬보다 비판이 더 많았다. 그 화살 중 일부는 또 황희찬에게 향했다. 3경기 167분 1득점. 황희찬의 조별리그 기록이다. 바레인과 첫 경기에서 팀의 여섯 번째 골을 넣었으나 승부가 기운 시점이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황희찬의 축구 인생에 2018 러시아월드컵보다 더 의미 있는 대회로 남을지 모른다. 경기력 부진에다 돌출 행동 논란까지 겹치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 시련을 이겨내 성장한다는 황희찬이다.
“꼭 우승하겠다.” 멋지게 마무리를 하고 싶다는 의지는 더욱 강해졌다. 우승으로 가는 길을 걷기 위해 골이라는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렇지만 득점이 쉽지 않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8골을 터뜨렸으나 말레이시아전과 키르기스스탄전에서 1골씩만 넣었다. 손흥민은 “골을 넣는 게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김 코치의 조언도 그 연장선이다. 김 코치는 “(황)희찬이가 골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전에도 찬스를 놓친 걸 자책하더라.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의욕이 강한데, 스스로 골을 많이 넣어야 한다고 부담을 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K리그 통산 123골(444경기)을 터뜨린 김 코치는 두 차례 아시안게임(1998·2002년)에 나갔지만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1998년 방콕 대회에는 11대9의 수적 우세에도 개최국 태국에 패해 8강 탈락했으며, 2002년 부산 대회에는 이란과 준결승서 승부차기 패배를 했다.
아시안게임 우승, 그리고 득점이 쉽지 않다는 걸 체감했다. 때문에 황희찬의 소망, 그리고 스트레스를 잘 이해한다. 툭툭 털어내기를 바랄 뿐이다.
지도자들은 “공격수라면 골 욕심을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지만 개인의 지나친 골 욕심은 팀에게 독이 될 수 있다. 공격수가 도울 수 있다는 방법은 꼭 골만이 아니다.
손흥민은 “황희찬의 키르기스스탄전 교체 투입 이후 공격에 활력이 생겼다. 비록 찬스를 놓쳤지만 나 또한 그런 경우가 많다. 반성할 부분은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희찬이가 간절하게 뛰는 모습이 다른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라며 반색했다. 그런 과정에서 골은 자연스럽게 터지는 것이다. ‘준비자세’만 갖추면 된다.
우승에 대한 열망은 김 코치 또한 크다. 심지어 토너먼트 첫 상대가 12년 전 악몽을 줬던 이란이다.
김 코치는 12년 전 이란전에서 선발 출전했지만 득점하지 못하고 후반 14분 교체됐다. 그리고 벤치에서 패배를 씁쓸하게 지켜봐야 했다. 이번에도 그는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한다. 다만 결과만은 다르기를 희망한다.
90분 안에 승부를 내야 한다. 한 골로도 승리할 수 있다. 12년 전에는 그 한 골이 없었다. 그리고 그 한 골을 이번에 황희찬이 넣는다면, 최상의 반전일 것이다.
김 코치는 “희찬이에게 부담을 덜어 마음 편하게 뛰라고 이야기했다. (지금 골을 넣지 못하더라도)경기는 남아있다. 중요한 순간에 골을 넣을 수 있는 것이다”라며 ‘기’를 불어넣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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