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바둑은 위기상황이다. 문제는 그 위기의 근본원인은 분명한데 현실적인 대책마련은 커녕 병세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최강의 전력을 자랑했고, 국내에서도 많은 바둑동호인들의 성원을 받았던 한국바둑은 2000년대에 들면서 본격적인 국민스포츠로서의 입지확보를 위해서 외형적으로는 스포츠의 강심장을 탑재했지만 기대와 달리 오히려 현실여건은 나빠지고 있다. 주변 여건 때문이 아니다. 바둑인들의 오랜 숙원이던 전국체전과 소년체전에 바둑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서 체계적인 육성시스템의 입지를 확보하였고, 때마침 ‘미생’. ‘응답하라..’ 등의 방송효과에 더해서 알파고의 등장으로 엄청난 도약의 절호기를 맞았다. 그렇지만 우리 바둑의 근본체질은 오히려 약화되어서 위태롭게 휘청거리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프로기사의 일자리인 프로기전은 갈수록 축소되어서 336명인 프로기사 중에 기전에 참가해서 생계를 꾸리는 기사는 그 절반도 안 된다. 프로의 젓줄인 아마바둑에 대한 보급 활동은 또 어떤가? 바둑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기원(프로)과 대한바둑협회(아마 / ‘대바협’)가 서로 협력해서 바둑시장의 저변도 넓히고, 프로스포츠로서의 마케팅 활동반경도 확대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필자는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바둑이 살길은 스포츠로의 체제전환을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다가 막상 올해부터 바둑행정에 직접 관여하면서 체험한 그 속사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바둑이 스포츠의 날개를 단지도 제법 세월이 지났지만 우리 바둑에는 여전히 스포츠답지 않은 요소가 너무 많이 존재한다. 새 차에 터보엔진을 장착했지만 그 내부에는 여전히 고물기계가 가동되고 있는 차량과 같다고나 할까?
많은 과제가 있지만 오늘은 다음의 두 가지 문제에 대해서만 살펴보자.
1. 한국기원과 대바협의 협력문제
필자가 올해 1월 하순부터 대바협의 집행부에 합류해서 사무국의 업무체계 정비업무와 동시에 추진했던 과제가 한국기원과의 협력체제 테스크포스 활동이었다. ‘최 부회장이 아무리 노력해도 잘 안 될걸요?’라는 부정적인 우려를 뒤로하고 열심히 달라붙었다. 이후 약 한달 반가량 유창혁 사무총장과 양건 기사회장(한국기원 측), 필자와 강준열 부회장(대바협 측)이 1차 과제인 2017년도 아마바둑 보급예산의 배정을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서로 간의 간극과 현실적인 어려움을 확인했지만 전혀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단 소통채널이 만들어졌으니까.. 그렇지만 쓰라린 상처는 내부로부터 나왔다. 일부 아마 바둑인들이 필자와 강 부회장을 친 한국기원 인사라는 구시대적인 편 가르기로 매도하는 모습에는 기가 막혔다.
해결방안은 의외로 간단하다. 한국기원과 대바협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서로 잘 협력하면 된다. 다른 스포츠종목이 아마로 출발해서 프로로 발전한 것과는 달리 바둑은 프로로 출발해서 무려 60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스포츠화를 통해서 아마체제를 만들었지만 아쉽게도 그 과정에 장단기 발전 로드맵이 부재했기 때문에 현재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한국기원은 프로스포츠인 스포츠바둑의 시장을 넓히고, 다른 문화스포츠 분야와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체제구축에 전념해야 한다. 아마보급 사업은 대바협의 고유역할임을 인정해서 사업을 위양하고 전국적인 네트워크(시도협회, 학교, 클럽 등)를 튼튼하게 키우도록 지원, 협력하면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단급발행을 놓고 서로 경쟁하는 현실은 내살 깎아먹기이다. 기전축소 문제도 근본에서 생각해야 된다.
프로스포츠의 근간은 지역연고제이므로 세계대회와 이벤트대회를 제외하면 프로기사는 지역연고가 확실한 리그의 각 팀에 소속되어서 계약기간 동안 연봉제로 활동하면서 자유계약의 권리, 드래프트와 트레이드의 의무도 가지게 된다. 그것이 프로스포츠이다.
프로리그 – 퓨쳐스리그와 여자바둑리그 – 아마리그(내셔널바둑리그) - 유소년리그와 시니어리그 등의 촘촘한 인프라망이 구축되어야 스포츠리그가 완성된다. 한국바둑리그의 플레이오프경기에 1지명 선수가 중국리그에 참가하느라 결장하는 현실이 말이 되는가?
2. 선수(프로기사) 양성제도
이 세상에 바둑만큼 선수(프로기사)되기가 어려운 종목이 있을까? 어릴 때부터 학업은 뒷전이고, 그 우수한 자원들이 오롯이 바둑에만 매달려도 프로기사가 되는 길은 너무나도 좁았다. 조금 나아졌다지만 다른 종목에 비하면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한국기원의 본원연구생이나 지역연구생 중에서 프로기사가 양성되는 현재의 시스템을 바꾸어서 본원연구생을 지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생각해보자. 전국의 중고등학교 야구선수 중에서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를 골라서 서울(또는 인근)에서 집체훈련과 학교수업을 병행시킨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현재 바둑은 그렇게 하고 있다. 체전에 참가하는 학생선수는 학교소재지 기준으로 지역별로 경쟁하는데 현재의 시스템은 지역연고제도와 ‘운동하는 일반학생, 공부하는 운동선수’라는 학원스포츠의 근본 모두를 부정하는 셈이다.
작년에 시행된 엘리트체육(대한체육회)과 생활체육(국민생활체육회)의 역사적인 통합은 이제 더 이상 스포츠선수가 운동기계로 만들어지는 시스템의 종말을 의미한다. 학원스포츠와 생활체육이 활성화되면 자연히 엘리트스포츠 선수가 양성되는 것이 스포츠의 선순환구조이다. 이제 스포츠는 메달경쟁이 아니라 국민행복 수단이다. 바둑 역시 마찬가지이다. 외부에서 바둑계를 관조하다가 그 내부에 들어 온지도 8개월이 지난 지금, 직접 느끼고 경험한 일들이 더 많은 부정적인 표현을 요구하지만 오늘은 가장 시급한 위의 두 가지 문제만 다루었다.
우리 바둑계의 단합과 발전적인 제도개선을 기대한다.
글 : 최종준 MK스포츠 전문위원 (前 프로야구 LG/SK 단장 / 前 프로축구 대구FC 사장 / 前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 前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 / 現 대한바둑협회 부회장 겸 2017 내셔널바둑리그 운영위원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프로기사의 일자리인 프로기전은 갈수록 축소되어서 336명인 프로기사 중에 기전에 참가해서 생계를 꾸리는 기사는 그 절반도 안 된다. 프로의 젓줄인 아마바둑에 대한 보급 활동은 또 어떤가? 바둑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기원(프로)과 대한바둑협회(아마 / ‘대바협’)가 서로 협력해서 바둑시장의 저변도 넓히고, 프로스포츠로서의 마케팅 활동반경도 확대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필자는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바둑이 살길은 스포츠로의 체제전환을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다가 막상 올해부터 바둑행정에 직접 관여하면서 체험한 그 속사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바둑이 스포츠의 날개를 단지도 제법 세월이 지났지만 우리 바둑에는 여전히 스포츠답지 않은 요소가 너무 많이 존재한다. 새 차에 터보엔진을 장착했지만 그 내부에는 여전히 고물기계가 가동되고 있는 차량과 같다고나 할까?
많은 과제가 있지만 오늘은 다음의 두 가지 문제에 대해서만 살펴보자.
1. 한국기원과 대바협의 협력문제
필자가 올해 1월 하순부터 대바협의 집행부에 합류해서 사무국의 업무체계 정비업무와 동시에 추진했던 과제가 한국기원과의 협력체제 테스크포스 활동이었다. ‘최 부회장이 아무리 노력해도 잘 안 될걸요?’라는 부정적인 우려를 뒤로하고 열심히 달라붙었다. 이후 약 한달 반가량 유창혁 사무총장과 양건 기사회장(한국기원 측), 필자와 강준열 부회장(대바협 측)이 1차 과제인 2017년도 아마바둑 보급예산의 배정을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서로 간의 간극과 현실적인 어려움을 확인했지만 전혀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단 소통채널이 만들어졌으니까.. 그렇지만 쓰라린 상처는 내부로부터 나왔다. 일부 아마 바둑인들이 필자와 강 부회장을 친 한국기원 인사라는 구시대적인 편 가르기로 매도하는 모습에는 기가 막혔다.
해결방안은 의외로 간단하다. 한국기원과 대바협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서로 잘 협력하면 된다. 다른 스포츠종목이 아마로 출발해서 프로로 발전한 것과는 달리 바둑은 프로로 출발해서 무려 60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스포츠화를 통해서 아마체제를 만들었지만 아쉽게도 그 과정에 장단기 발전 로드맵이 부재했기 때문에 현재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한국기원은 프로스포츠인 스포츠바둑의 시장을 넓히고, 다른 문화스포츠 분야와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체제구축에 전념해야 한다. 아마보급 사업은 대바협의 고유역할임을 인정해서 사업을 위양하고 전국적인 네트워크(시도협회, 학교, 클럽 등)를 튼튼하게 키우도록 지원, 협력하면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단급발행을 놓고 서로 경쟁하는 현실은 내살 깎아먹기이다. 기전축소 문제도 근본에서 생각해야 된다.
프로스포츠의 근간은 지역연고제이므로 세계대회와 이벤트대회를 제외하면 프로기사는 지역연고가 확실한 리그의 각 팀에 소속되어서 계약기간 동안 연봉제로 활동하면서 자유계약의 권리, 드래프트와 트레이드의 의무도 가지게 된다. 그것이 프로스포츠이다.
프로리그 – 퓨쳐스리그와 여자바둑리그 – 아마리그(내셔널바둑리그) - 유소년리그와 시니어리그 등의 촘촘한 인프라망이 구축되어야 스포츠리그가 완성된다. 한국바둑리그의 플레이오프경기에 1지명 선수가 중국리그에 참가하느라 결장하는 현실이 말이 되는가?
2. 선수(프로기사) 양성제도
이 세상에 바둑만큼 선수(프로기사)되기가 어려운 종목이 있을까? 어릴 때부터 학업은 뒷전이고, 그 우수한 자원들이 오롯이 바둑에만 매달려도 프로기사가 되는 길은 너무나도 좁았다. 조금 나아졌다지만 다른 종목에 비하면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한국기원의 본원연구생이나 지역연구생 중에서 프로기사가 양성되는 현재의 시스템을 바꾸어서 본원연구생을 지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생각해보자. 전국의 중고등학교 야구선수 중에서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를 골라서 서울(또는 인근)에서 집체훈련과 학교수업을 병행시킨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현재 바둑은 그렇게 하고 있다. 체전에 참가하는 학생선수는 학교소재지 기준으로 지역별로 경쟁하는데 현재의 시스템은 지역연고제도와 ‘운동하는 일반학생, 공부하는 운동선수’라는 학원스포츠의 근본 모두를 부정하는 셈이다.
작년에 시행된 엘리트체육(대한체육회)과 생활체육(국민생활체육회)의 역사적인 통합은 이제 더 이상 스포츠선수가 운동기계로 만들어지는 시스템의 종말을 의미한다. 학원스포츠와 생활체육이 활성화되면 자연히 엘리트스포츠 선수가 양성되는 것이 스포츠의 선순환구조이다. 이제 스포츠는 메달경쟁이 아니라 국민행복 수단이다. 바둑 역시 마찬가지이다. 외부에서 바둑계를 관조하다가 그 내부에 들어 온지도 8개월이 지난 지금, 직접 느끼고 경험한 일들이 더 많은 부정적인 표현을 요구하지만 오늘은 가장 시급한 위의 두 가지 문제만 다루었다.
우리 바둑계의 단합과 발전적인 제도개선을 기대한다.
글 : 최종준 MK스포츠 전문위원 (前 프로야구 LG/SK 단장 / 前 프로축구 대구FC 사장 / 前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 前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 / 現 대한바둑협회 부회장 겸 2017 내셔널바둑리그 운영위원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