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나 정복이 아니라 멋지게 싸우는 것이다.”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인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이 남긴 말이다. 그의 올림픽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한 메달은 어쩌면 동메달일지도 모른다. 금메달 길목으로 가는 중요한 순간에 패배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서 싸운 자만이 얻을 수 있는 메달이 바로 동메달이기 때문이다. 한국 선수단은 11일(한국 시간) 펜싱과 유도에서 동메달 2개를 추가하며 메달 행진을 이어갔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김정환(33·국민체육진흥공단)은 자신의 두번째 올림픽에서 두번째 메달을 따냈다. 김정환은 11일(한국 시간) 브라질 리우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 3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모이타바 아베디니(이란)를 15대8로 꺾고 3위를 차지했다.
런던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구본길, 원우영, 오은석과 금메달을 일궜던 그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종목별 순환 원칙에 따라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종목에서 제외돼 개인전에 승부를 걸어야 했다. 금메달 도전의 분수령은 4강전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아론 실라지(헝가리)를 만난 김정환은 아쉽게 12대15로 패배하며 결승전 진출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김정환은 포기하지 않고 후배 구본길(27·국민체육진흥공단)을 꺾고 올라온 아베디니에게 대신 복수하며 2개 대회 연속으로 시상대 위에 올라갈 수 있게 됐다.
김정환은 “욕심을 버리면 메달에 가까워질 거라고 생각하고 동메달 결정전에서 연습처럼 했기에 내 실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승리 비결을 밝힌 뒤, “나에겐 런던 대회 단체전 금메달보다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얻은 이번 동메달이 더 소중하다”고 웃어보였다. 김정환은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지만 “체력이 허락하는 한 나이와 상관없이 한계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뜻도 드러냈다.
패배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 ‘유종의 미’를 거둔 것은 유도 90kg 급의 곽동한(24·하이원)도 마찬가지였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송대남의 연습 파트너로 태릉 선수촌에 들어갔던 곽동한은 4년간 실력을 키워 세계 1위 자격으로 이번 올림픽에 임했다.
하지만 세계 랭킹 1위가 즐비해 ‘유도 어벤져스’라 불렸던 유도 대표팀에서 금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다는 부담감이 그를 짓눌러서 였을까. 곽동한은 11일 열린 남자 유도 90kg급 준결승에서 세계 랭킹 5위인 바르람 리파르텔리아니(조지아)에게 허벅다리걸기로 절반 2개를 연달아 내주며 한판으로 패했다.
매트 위에 누워 좀처럼 일어서지 못하던 그를 일깨운 것은 코치로 변신한 송대남이었다. 송 코치는 곽동한에게 “3위와 4위의 차이는 크다”며 “지난 경기는 생각하지 말고 마음을 다잡으라”는 충고를 건넸다. 다시 일어난 곽동한은 이어진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계 랭킹 4위 마르쿠스 니만(스웨덴)을 제압하고 소중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곽동한은 모든 경기를 마친 뒤 “잘 될 거라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는데 생각대로 안 됐다”고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동메달을 따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젊은 곽동한의 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곽동한은 4년 뒤 도쿄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다시 도복 끈을 바짝 졸라 맬 생각이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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