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는 19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제외된 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야 다시 정식 종목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이 대회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는 당시 ‘테니스 여제’로 떠오르던 슈테피 그라프(47). 프로 테니스 선수 중에는 올림픽을 남의 일로 여기는 이들도 있었지만 약관의 그라프는 “올림픽 출전 목표는 돈이 아니다. 금메달이 꿈이기 때문이다”며 올림픽에 나섰다.
결국 그라프는 그 해에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을 모두 석권하고 여기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더하며 한 해에 메이저대회와 올림픽을 모두 석권하는 ‘캘린더 골든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28년이 지난 지금, ‘세계 테니스의 1인자’ 노박 조코비치(29·세르비아) 역시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리우로 향한다. 지난달 시즌 3번째 메이저대회인 윔블던 대회에서 3회전 탈락하며 ‘캘린더 골든 그랜드슬램’은 이미 놓쳤지만 그래도 올림픽 금메달을 딸 경우 커리어 골든 그랜드슬램은 가능하다.
조코비치는 호주오픈(6회), 프랑스오픈(1회), 윔블던(3회), US오픈(2회) 등 4대 메이저대회에서는 무려 12번이나 우승을 거뒀지만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라파엘 나달(30)에게 무릎을 꿇어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앤디 머레이(29)에 패해 4위에 그쳤다. 이번 대회에서 조코비치가 “지카 바이러스나 안전 문제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굳은 다짐을 밝힌 이유다.
올림픽 금메달은 각 종목의 프로대회와 달리 명예를 줄 뿐 우승 상금은 한 푼도 없다. 하지만 세계 최고로 우뚝 선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금메달을 원하는 이는 조코비치 뿐만이 아니다.
개최국 브라질은 한 때 국기에 축구공을 넣는 안을 두고 고민했을 정도로 축구를 사랑하는 나라다. 월드컵, 컨페드컵, 코파 아메리카, U20 월드컵, U17 월드컵 등 각 연령별 국가대표가 출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올림픽에서는 은메달만 세 차례(1984, 1988, 2012) 얻었을 뿐 정작 금메달이 없다.
바로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도 멕시코에게 덜미를 잡히며 은메달에 머물렀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브라질은 최고 스타인 네이마르 다시우바(24·바르셀로나)를 앞세워 안방에서 반드시 단상 가장 높은 곳에 서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네이마르는 지난 달 코파 아메리카 출전을 포기했고, 브라질축구협회는 와일드카드였던 베테랑 골키퍼 페르난두 프라스(38·팔메이라스)가 부상을 당하자 국제축구연맹(FIFA)에 줄기차게 로비한 끝에 예비 명단에 없던 위버톤(28·아틀레치쿠 파라나엔시)을 대체 선발하는 등 체면을 구기면서까지 노골적인 욕심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한국 선수단에도 그랜드슬램을 노리는 선수들이 있다.
112년 만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골프에서는 박인비(28·KB금융)가 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다. 박인비는 한국인 최장기간 세계랭킹 1위(56주) 기록 보유자이자 커리어 그랜드슬래머이면서도 최근 부상으로 신음하며 어느새 세계 랭킹이 5위까지 떨어진 상태다.
리디아 고(19·뉴질랜드), 에리야 쭈타누깐(21·태국) 등 세계 랭킹 1,2위를 달리는 외국 선수들이 최근 무서운 기세를 보이고 있지만 박인비가 제 컨디션만 회복한다면 한국의 금메달에 더해 자신의 커리어 골든 그랜드슬램도 꿈이 아니다.
‘국기’ 태권도에서는 아예 두 명이 그랜드슬램을 노린다.
올림픽 사상 최다이자 이번 대회 참가국 중 가장 많은 5명을 출전시키는 한국 태권도 대표팀에서는 이대훈(24·한국가스공사)과 김태훈(22·동아대)이 각각 68kg급과 58kg 급에서 동시에 금메달을 꿈꾸고 있다.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이미 평정한 두 선수가 올림픽까지 따내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물론, 지난 런던 대회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에 그쳐 아쉬워했던 태권도 대표팀의 한을 풀 수도 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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