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어쩌다 이들이 꼴찌 싸움을 하게 된 걸까.
최고 몸값팀 한화의 불가사의했던 꼴찌 레이스가 끝난 뒤, 팀 순위표 밑바닥에 남겨진 이름은 놀랍게도 삼성(9위), 안타깝게도 kt(10위)였다.
삼성이 지난해와 같지 않을 것임은 모두가 예상했다. 그러나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1위팀의 이듬해가 ‘꼴찌다툼’으로 전개되리라고는 차마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올시즌 개막 전 야구판에서 가장 흥했던 장담 중의 하나는 ‘올해 kt가 꼴찌는 안 한다’였다. 그러나 석 달을 달린 끝에 kt는 꼴찌로 떨어졌다.
예상을 넘어서고 믿음을 배반하면서 이들의 전반기는 왜 틀어졌을까.
▶동병상련 – 외인농사 흉작
삼성은 밴덴헐크의 이탈 공백이 느껴졌던 지난해에도 외인투수(피가로 클로이드)가 합작 24승을 했다. 그러나 올해 전반기에 수확한 외인투수의 승수는 웹스터의 4승뿐. 그나마 개막 두 달의 기록이었고 그는 종아리 부상으로 6월초 이탈 후 결국 퇴출됐다. 3경기 만에 떠나보낸 벨레스터의 대체카드 레온은 고작 한 경기를 던지고 어깨를 움켜쥐었고, 무려 나바로의 후임인 발디리스 역시 개막 한 달 만에 발목을 다쳤다. 삼성은 결국 전반기의 근 절반을 외인선수 없이 치르는 최악의 전개를 견뎌야 했다.
제9구단 NC의 성공담에서 보듯 신생팀이 빠르게 자리 잡는 데는 형님 팀들보다 한명 더 쓸 수 있는 외인선수 효과가 절대적이다. 그러나 kt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전반기도 ‘외풍’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초반 에이스 역할을 해냈던 마리몬은 부상 후 끝내 짐을 쌌다. 피노는 한달 반의 부상 공백 후 6월초 돌아왔지만, 복귀 후 무승. 그나마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는 밴와트는 구위가 예전만 못하다. 선발 마운드의 외인카드 석장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결국 kt가 지난해 54경기 12홈런의 댄 블랙을 던졌던 승부수는 의미를 잃었다.
▶삼성 – 부상 도미노와 무너진 마운드
주전들의 부상 이탈은 모든 팀들이 겪는 고민이다. 그러나 전반기 삼성은 그 중 속앓이가 심했다. ‘절대 메울 수 없는’ 나바로-박석민의 공백을 각오한 시즌, 남은 타자들의 촘촘한 활약이 절박했으나 발디리스-박한이-김상수-구자욱-조동찬 등이 부상 릴레이로 힘겨웠다.
계산대로 풀리지 않은 곳은 마운드가 더했다. 외인 원투펀치의 ‘폭망’과 차우찬의 부상, 장원삼의 부진-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은 줄곧 헐거웠다. 불펜은 더 심각했다. 임창용(KIA)을 방출하고 꾸려낸 그림은 제대로 맞지 않았다. 안지만은 끝내 제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초반 분전했던 심창민은 날이 더워지면서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팀 ERA(5.78), 팀 피홈런(113개)에서 전반기 최하위. 그러나 위기의 삼성 마운드는 끝내 이렇다 할 해결책을 짜내지 못한 채 반환점을 돌았다.
▶kt – 팀타율 최하위 + 팀실책 1위
지난해 전반기보다는 후반기 모습이 나았던 kt. 올해는 더 짜임새 있는 전력으로 성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 5월 중순까지는 5할 승부의 중위권 싸움으로 많은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다. 그러나 선발진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모래알처럼 흩어진 전력은 아직 영글지 않은 이 팀의 실체를 드러내고 말았다.
김상현 마르테의 출발이 지난해만 못했고 유한준이 부상을 겪은 타선은 팀 타율(0.274), 팀 득점(406점)에서 모두 최하위로 떨어질 만큼 힘이 부족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해낼 근성과 조직력은 이들의 것이 아니었다. 전반기 1위에 오른 실책 개수는 경기당 0.95개(81경기 77개)를 넘었다. 초보라고 위로받던 지난해의 기록(경기당 0.82개)을 오히려 능가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페넌트레이스까지만 해도 ‘도도한 팀’이었다. 구석구석 일등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구단과 선수단이었다. 곱씹어보면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강타한 ‘도박스캔들’의 후폭풍이 치명적이었다. 우려 이상으로 무력했던 한국시리즈 패전에 이어 허리띠를 졸라맨 삭막했던 겨울. 그 시간을 겪고 돌아온 ‘2016 삼성’은 더 이상 예전의 느낌이 아니다. 여유가 사라졌고 자신감도 미지근해졌다. 선수들의 의욕과 근성이 떨어졌다는 쓴소리도 많다.
지난해 10월 포수 장성우의 부적절한 언동이 전 여자친구의 SNS를 통해 폭로돼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른 kt는 이후 장시환(사생활 관리소홀) 오정복(음주운전) 등 민망한 징계 케이스가 해를 넘겨 이어지면서 고통을 겪었다. 애써 분위기를 추스르며 후반기 장성우 복귀를 준비 중이었으나 지난 12일 베테랑 김상현의 공연음란죄 불구속 입건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악의 충격파를 맞았다. 하루 뒤 김상현의 임의탈퇴, 다시 하루 뒤인 14일 주장 박경수의 사과가 이어졌다. 참담하게 막을 내린 ‘제10구단’의 창단 두 번째 전반기였다.
그라운드 밖에서의 선수단 관리 실패로 혹독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두 팀. 숨찬 꼴찌싸움 속에 전력 그 이상의 힘을 내야 하지만, 무력감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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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몸값팀 한화의 불가사의했던 꼴찌 레이스가 끝난 뒤, 팀 순위표 밑바닥에 남겨진 이름은 놀랍게도 삼성(9위), 안타깝게도 kt(10위)였다.
삼성이 지난해와 같지 않을 것임은 모두가 예상했다. 그러나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1위팀의 이듬해가 ‘꼴찌다툼’으로 전개되리라고는 차마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올시즌 개막 전 야구판에서 가장 흥했던 장담 중의 하나는 ‘올해 kt가 꼴찌는 안 한다’였다. 그러나 석 달을 달린 끝에 kt는 꼴찌로 떨어졌다.
예상을 넘어서고 믿음을 배반하면서 이들의 전반기는 왜 틀어졌을까.
▶동병상련 – 외인농사 흉작
삼성은 밴덴헐크의 이탈 공백이 느껴졌던 지난해에도 외인투수(피가로 클로이드)가 합작 24승을 했다. 그러나 올해 전반기에 수확한 외인투수의 승수는 웹스터의 4승뿐. 그나마 개막 두 달의 기록이었고 그는 종아리 부상으로 6월초 이탈 후 결국 퇴출됐다. 3경기 만에 떠나보낸 벨레스터의 대체카드 레온은 고작 한 경기를 던지고 어깨를 움켜쥐었고, 무려 나바로의 후임인 발디리스 역시 개막 한 달 만에 발목을 다쳤다. 삼성은 결국 전반기의 근 절반을 외인선수 없이 치르는 최악의 전개를 견뎌야 했다.
제9구단 NC의 성공담에서 보듯 신생팀이 빠르게 자리 잡는 데는 형님 팀들보다 한명 더 쓸 수 있는 외인선수 효과가 절대적이다. 그러나 kt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전반기도 ‘외풍’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초반 에이스 역할을 해냈던 마리몬은 부상 후 끝내 짐을 쌌다. 피노는 한달 반의 부상 공백 후 6월초 돌아왔지만, 복귀 후 무승. 그나마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는 밴와트는 구위가 예전만 못하다. 선발 마운드의 외인카드 석장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결국 kt가 지난해 54경기 12홈런의 댄 블랙을 던졌던 승부수는 의미를 잃었다.
▶삼성 – 부상 도미노와 무너진 마운드
주전들의 부상 이탈은 모든 팀들이 겪는 고민이다. 그러나 전반기 삼성은 그 중 속앓이가 심했다. ‘절대 메울 수 없는’ 나바로-박석민의 공백을 각오한 시즌, 남은 타자들의 촘촘한 활약이 절박했으나 발디리스-박한이-김상수-구자욱-조동찬 등이 부상 릴레이로 힘겨웠다.
계산대로 풀리지 않은 곳은 마운드가 더했다. 외인 원투펀치의 ‘폭망’과 차우찬의 부상, 장원삼의 부진-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은 줄곧 헐거웠다. 불펜은 더 심각했다. 임창용(KIA)을 방출하고 꾸려낸 그림은 제대로 맞지 않았다. 안지만은 끝내 제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초반 분전했던 심창민은 날이 더워지면서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팀 ERA(5.78), 팀 피홈런(113개)에서 전반기 최하위. 그러나 위기의 삼성 마운드는 끝내 이렇다 할 해결책을 짜내지 못한 채 반환점을 돌았다.
▶kt – 팀타율 최하위 + 팀실책 1위
지난해 전반기보다는 후반기 모습이 나았던 kt. 올해는 더 짜임새 있는 전력으로 성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 5월 중순까지는 5할 승부의 중위권 싸움으로 많은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다. 그러나 선발진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모래알처럼 흩어진 전력은 아직 영글지 않은 이 팀의 실체를 드러내고 말았다.
김상현 마르테의 출발이 지난해만 못했고 유한준이 부상을 겪은 타선은 팀 타율(0.274), 팀 득점(406점)에서 모두 최하위로 떨어질 만큼 힘이 부족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해낼 근성과 조직력은 이들의 것이 아니었다. 전반기 1위에 오른 실책 개수는 경기당 0.95개(81경기 77개)를 넘었다. 초보라고 위로받던 지난해의 기록(경기당 0.82개)을 오히려 능가하고 있다.
kt는 전반기 최종일이었던 14일 주장 박경수가 “팬들에게 상처와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반성과 사과를 드린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패기의 ‘막내구단’에겐 쉽게 회복하기 힘든 내상으로 남을 참담한 전반기 마무리였다. 사진=kt위즈 제공
▶이 분위기 어쩔……삼성은 지난해 페넌트레이스까지만 해도 ‘도도한 팀’이었다. 구석구석 일등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구단과 선수단이었다. 곱씹어보면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강타한 ‘도박스캔들’의 후폭풍이 치명적이었다. 우려 이상으로 무력했던 한국시리즈 패전에 이어 허리띠를 졸라맨 삭막했던 겨울. 그 시간을 겪고 돌아온 ‘2016 삼성’은 더 이상 예전의 느낌이 아니다. 여유가 사라졌고 자신감도 미지근해졌다. 선수들의 의욕과 근성이 떨어졌다는 쓴소리도 많다.
지난해 10월 포수 장성우의 부적절한 언동이 전 여자친구의 SNS를 통해 폭로돼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른 kt는 이후 장시환(사생활 관리소홀) 오정복(음주운전) 등 민망한 징계 케이스가 해를 넘겨 이어지면서 고통을 겪었다. 애써 분위기를 추스르며 후반기 장성우 복귀를 준비 중이었으나 지난 12일 베테랑 김상현의 공연음란죄 불구속 입건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악의 충격파를 맞았다. 하루 뒤 김상현의 임의탈퇴, 다시 하루 뒤인 14일 주장 박경수의 사과가 이어졌다. 참담하게 막을 내린 ‘제10구단’의 창단 두 번째 전반기였다.
그라운드 밖에서의 선수단 관리 실패로 혹독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두 팀. 숨찬 꼴찌싸움 속에 전력 그 이상의 힘을 내야 하지만, 무력감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chicle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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