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동쪽, 독일과 국경이 맞닿아있는 알사스 지방에는 맛있는 것들이 많다. 산지가 많고 목축이 성행하여 소시지 등 육가공 식품이 일찍부터 발달하였고 유제품과 견과류가 풍부한 탓에 과자, 디저트도 유명하다. 보르도나 부르고뉴만큼은 아니지만 화이트가 주를 이루는 와인도 매력적이다. 알록달록한 색감의 아기자기한 집들을 돌아보며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이 가슴 들뜨게 하는 곳이다. 알퐁스 도데의 유명한 소설 ‘마지막 수업’의 무대가 되었던 것처럼 독일 영토였던 적도 있어 프랑스지만 프랑스 같지 않은 점도 흥미롭다.
이렇게 맛있는 것이 많은 알사스지만 가장 유명한 음식은 거위나 오리의 살찐 간을 말하는 푸아그라poie gras이다. 프랑스 남부 페리고르 지방이나 헝가리, 미국 등에서도 생산되지만 역시 대표는 알사스 스트라스부르그 지방이다. 푸아그라는 철갑상어 알인 캐비어, 독특한 향으로 이름 높은 송로 버섯과 함께 유럽을 대표하는 3대 진미로 꼽힌다. 푸아그라 맛을 처음 발견한 것은 고대 이집트 사람들. 대이동을 할 계절에 잡은 거위 간이 특히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 이유가 이동을 위해 많은 먹이를 먹어 간에 영양을 축적해놓았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오랜 옛날부터 거위를 살찌워 즐겼다.
오리 간도 비슷하게 취급되지만 거위를 최고로 꼽는다. 음식이 되는 동물 간의 맛이 대개 그렇지만 푸아그라도 부드럽고 농후한 진한 맛으로 유명하다. 통째로 잘라 살짝 구워 먹거나 스테이크에 곁들이고, 전통적으로는 다른 재료들과 함께 으깨어 테린이나 파테를 만들어 전채로 즐겨왔다. 주로 이렇게 먹었던 데는 비싼 가격 탓도 있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나 새해 첫날 파티에나 먹는 음식이었다.
진한 맛을 지닌 내장이라 진한 레드 와인이 곁들이기 좋을 듯 하지만 푸아그라에 어울리는 것은 단 맛의 와인이다. 요리할 때도 무화과 등의 과일 소스를 이용한다. 그래서 푸아그라에 어울리는 와인으로 제일 먼저 얘기되는 것은 보르도의 대표적 스위트 와인 소테른Sauternes이다. 하지만 느끼한 음식을 그다지 즐기지 못하는 한국 사람에게는 기름진 맛과 진한 단 맛 와인이 오히려 더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듯하다. 와인과 음식의 마리아쥬의 기본은 역시 지역의 와인과 음식을 매칭하는 것. 독일의 영향을 받아, 살짝 단 맛이 도는 리슬링Riesling 등의 포도로 만든 알사스 와인이 푸아그라와 잘 어울린다. 살짝 새콤하고 드라이한 맛도 있어 기름진 음식을 먹은 후에 더 개운하다.
그런데 거위 간을 살찌게 하기 위해 사용되는 방법이 실은 많은 논란을 부르고 있다. 거위를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킨 채 대량의 사료를 강제로 먹여 사육하기 때문이다. 동물 학대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같은 곳에서는 주정부에서 푸아그라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어 실행하고 있기도 하다. 진미라는 이름으로 가볍게 즐기지만 실은 진한 맛만큼 선택에 무거운 생각이 필요한 음식이라는 점이 안타깝다.
[서현정 뚜르 디 메디치 대표, 문화인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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