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수능은 끝이 났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후회도 이제 무의미하다.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지금의 이 시간이 누구에게는 가벼울 수도, 또 다른 이에게는 무거울 수 있다. 하지만 초중고 12년을 돌이켜보면 누구 하나 어깨의 짐이 가벼운 수험생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전국 63만 수험생이라면 당연히 박수와 격려를 받을 자격이다.
힘겨운 시간을 겪은 만큼 아주 잠시라도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좋다. 그 수단이 여행이라면, 혹시 좀 더 투자해 해외로 방향을 잡았다면, 평범함보다 특별한 것을 찾아 떠나보면 어떨까.
수험생의 색다른 추억 쌓기를 돕기 위해 고르고 고른 여행은 박물관, 아니 이색 박물관 투어다. 박물관이라고 하니 학구적이지 않을까 하는 고정관념은 버려도 좋다. 말 그대로 ‘이색’이다. 스트레스는 ‘휙’ 날아가고, 재미는 ‘훅’ 날아 올 이색 박물관 여행지 5곳을 소개한다.
◆ ‘실제보다 더 실제 같다’ 밀랍인형 박물관 마담투소 홍콩
가까운 곳으로 먼저 가보자. 비행기로 3시간 45분이면 닿는 홍콩. 밤거리가 아름다운 곳으로, 쇼핑의 천국으로 불리는 홍콩이지만 이에 버금가는 유명세로 관광객의 사랑을 받는 박물관이 있다. 홍콩 최대의 관광명소 중 하나인 피크타워에 자리해 트램에 올라타 45도의 아찔한 경사를 지나서야 만날 수 있다. 특히 전 세계 유명 스타들이 항상 모여 있어 더 의미 있는 이곳은 바로 스타들의 밀랍인형을 전시하는 마담 투소 박물관이다. 박물관이 있는 빅토리아 피크는 홍콩섬과 카우룽 반도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와 함께 홍콩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꼭 들려야 할 워너비 방문지다. 영국 런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이어 세계 4번째이자, 아시아 최초로 지어졌다. 처칠, 간디, 오바마 등 유명 정치인은 물론, 베컴, 야오밍, 샤라포바 등의 스포츠 스타와 마돈나, 니콜 키드먼, 성룡, 배용준 등 실사에 가까운 스타들이 100여개의 밀랍인형으로 재탄생했다. 여느 박물관과 달리 실제 크기 그대로의 밀랍인형과 심지어 어깨동무나 팔짱을 낀 채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조금 더 특별한 느낌을 나눌 수 있다.
▶▶▶ 마담투소 즐기는 Tip = 마담투소 홍콩 티켓은 가급적 온라인을 통해 구매해야 한다. 예약하지 않고 매표소에서 바로 사면 40% 이상 비싸다. 마담투소 홍콩 홈페이지는 물론, 국내 소셜커머스나 호텔예약사이트, 여행사 등에서 가격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기존 가격에서 40% 이상 할인해 어른 147홍콩달러(한화 약 2만2000원), 어린이(3~11세)와 65세 이상 어른 105홍콩달러(한화 약 1만58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 ‘일본 라멘의 모든 것’ 요코하마 라멘박물관
우리 식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라면. 이 라면의 원조는 일본이다. 인천 차이나타운에 짜장면 박물관이 있듯, 원조가 있는 곳에는 원조를 기념하는 공간이 있어야 하는 법. 요코하마에 실제로 라멘박물관이 있다.
라멘박물관답게 이 안에서는 일본 라멘의 모든 것을 만나볼 수 있다. 북쪽의 삿포로부터 남쪽의 나가사키까지 각 지역별로 라멘 맛이 다른 일본의 특성을 살려 일본 전역의 전통 라멘을 맛볼 수 있어 입이 즐겁다. 간장으로 간을 낸 도쿄 라멘, 소금으로 간을 해 시원한 맛이 나는 간사이 라멘, 돼지뼈 국물을 이용해 진한 육수의 맛이 일품인 규슈 라멘, 얼큰한 맛의 나가사키 라멘 등 그 종류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또 일본 내 유명한 라멘집에서 가져 온 300개가 넘는 그릇의 도열을 보는 것이나 일본식 라멘 제조 과정과 역사까지 둘러보는 재미는 놓치면 안 될 볼거리다. 특히 1960~70년대를 재현한 ‘라멘의 거리’에서 시절을 거슬러 올라가는 향수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다.
▶▶▶ 라멘박물관 즐기는 Tip = 요코하마 라멘박물관은 어른 300엔, 어린이와 65세 이상 어른은 100엔의 입장료를 받는다. 관람 후 나오기 전 도장을 받으면 그날 하루 종일 언제든 다시 입장할 수 있다. 더불어 일본은 자동판매기의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인 만큼 입장권은 물론, 박물관 내 대부분의 판매는 자판기로 이뤄진다.
◆ 런던 셜록홈스 박물관
추리소설의 대명사 명탐정 셜록 홈스. 영국의 의사이자 소설가 아서 코넌 도일은 1887년 소설 ‘주홍색 연구’에서 홈스를 탄생시켰다.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홈스는 책으로뿐만 아니라 영국 런던의 박물관에서도 만날 수 있다.
1990년 개관한 셜록 홈스 박물관에는 소설 속 홈스가 사용한 파이프 담배나 항상 착용했던 모자, 홈스의 조수이자 동반자인 존 왓슨 박사와 숙적 제임스 모리어티 교수의 밀랍인형까지 홈스의 모든 것이 전시돼 있다. 또한 소설에서 가상으로 만든 주소인 베이커가 221B를 런던 당국이 실제 주소로 만들어 홈스 팬들이라면 꼭 방문해볼만한 곳이다.
▶▶▶ 셜록홈스 박물관 즐기는 Tip = 셜록홈스 박물관의 실제 내부는 그리 크지 않다. 일반적인 박물관을 둘러보듯 보면 10분도 안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홈스 팬이라면 분명 의미가 있는 곳임에 틀림없다. 소품 하나하나에 사연이 남다르다.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어른은 6파운드, 어린이는 4파운드.
◆ 토론토 바타 슈 박물관
캐나다 제1의 도시이자 온타리오 주의 주도인 토론토. 이곳에는 각종 신발과 구두를 전시해 놓은 ‘바타 슈 박물관’이 있다. ‘신발로만 박물관을 꾸릴 수 있을까?’란 생각은 박물관이 위치한 세인트조지역에 내려 걷다 보면 기우였던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겉모양새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마치 학사모처럼 생긴 이 박물관은 실제로는 건축가가 신발상자를 모티브로 해 세웠다.
박물관은 시대와 지역, 용도 등의 주제로 이에 맞는 다양한 신발을 전시 중이다. 눈의 나라답게 스키를 탈 때 신는 신발이나 우주인이 신었던 신발, 또 아담 샌들러, 마릴린 먼로, 에이브릴 라빈 등의 스타가 신고 다닌 신발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남자들의 힐에 대한 역사를 전시한 코너도 흥미롭다.
▶▶▶ 바타 슈 박물관 즐기는 Tip = 매주 목요일은 기부자의 날이라고 해서 자신이 원하는 금액을 지불하고 관람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입장료는 어른 14달러, 노인 12달러, 대학생 8달러, 5~17세까지는 5달러를 낸다.
◆ 뮌헨 BMW 박물관
독일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자동차를 빼놓을 수 없다. 뮌헨에 가면 책이나 영화 등에서만 봤던 어마무시한 슈퍼카들이 펼쳐진 ‘BMW박물관’이 있다. 자동차 엔진 모양을 본떠서 만든 박물관 외관에 한 번, 박물관 곳곳에서 만나는 기상천외한 자동차의 향연에 또 한 번 놀란다.
이곳은 따로 입장료를 내지 않는 BMW벨트(WELT)전시관과 BMW가 만든 차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박물관으로 나눠 관람할 수 있다.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박물관까지 둘러봐도 좋지만 그냥 부담 없이 전시관만 봐도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볼거리가 풍부하다.
▶▶▶ BMW 박물관 즐기는 Tip = 자동차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가도 BMW에 푹 빠질 정도로 다양한 아이템이 눈을 즐겁게 한다. 실내외 모두 마치 SF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인테리어가 독특하다. 특히 여러 차를 실제로 시승할 수 있고, BMW의 새 차가 출고하는 장면도 직접 볼 수 있다. 어른 10유로, 어린이 7유로.
[장주영 매경닷컴 여행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