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2차전)
‘잘?’. 더 이상 마땅한 대답은 없는 걸까.
이 가을 ‘불패’의 완벽투를 펼치고 있는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4)가 결국 27일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7이닝 무실점의 철벽 모드를 이어가면서 역대 포스트시즌 연속이닝 무실점 신기록(24⅓이닝)을 세웠다.
12년만의 200홈런팀 히어로즈, KBO 첫 ‘100타점 트리오’ 배출팀인 NC에 이어 통합 5연패에 도전하는 3할 팀타율의 ‘챔프팀’ 삼성까지 리그 최강의 타선들이 ‘니퍼트의 가을투’에 속절없이 무릎을 꿇었다.
이번 PS 4경기 평균자책점은 0.60, 피안타율은 0.113이다. 7이닝 3안타로 눌렸던 히어로즈가 박동원 박병호의 홈런 두 방을 섞지 않았다면, 리그는 이 가을 단 한명의 에이스에게 합작 30이닝 무득점 할 뻔했다.
27일 2차전을 앞두고 궁금했던 것은 한가지였다. 사흘간격 두 차례 등판했던 지난주 PO의 피로도 후유증 없이 니퍼트가 여전히 위력적인 구위를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증이 감탄으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150km의 최고 구속을 찍어대며 니퍼트는 지치지 않은 구위를 뽐냈다. 여전히 너무 좋은 공이었다. 그리고 삼성은 니퍼트에게 7이닝 3안타 무득점했다.
민망할 정도로 닮은 성적표다. 히어로즈도 7이닝 3안타였고, NC는 두 경기서 9이닝 3안타, 7이닝 2안타를 때려냈었다.
그런데 타선의 성적들만 닮았을까. 니퍼트의 경기운영 또한 줄기차게 비슷했다. 초반 속구 위주의 공격적인 승부, 중반 변화구 중심으로 패턴 변화, 6,7회부터 다시 속구 승부로 돌아가는 줄거리였다.
이 날도 니퍼트는 3회까지 시원시원한 속구를 뿌려댔다. 중반에는 극단적으로 변화구를 늘렸다. 각각 7구로 끝낸 4회와 5회, 속구는 이닝 당 한 개씩에 불과했다. 6회와 7회는 다시 절반 정도로 속구 비율을 늘렸다. 6회 이후에도 150km를 찍으면서 ‘여력’을 과시했다.
니퍼트도 대단하지만, 이쯤 되면 타선들의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똑같은 패턴으로 나오고 있는데 4경기째 파훼법을 내놓지 못한 셈이 되니까.
절정의 위력투를 펼치고 있는 투수에 맞서 정상적이고 신중한, 여러 경우의 수에 대처하려는 성실한 타격은 통하기 어렵다. 니퍼트의 공 대부분을 쳐내기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칠 수 있는 하나의 공을 때려낼 확률에 배팅해야 할 것 같다.
줄기차게 존에 집어넣는 빠른 승부를 펼치고 있는 니퍼트는 대체로 속구는 몸쪽으로, 변화구는 바깥쪽으로 찌르고 있다. 한쪽의 코스를 버리고 몸쪽, 혹은 바깥쪽을 정타로 때려낼 수 있도록 노려치는 공략이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 하위타선이라면 좀 더 변칙적인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니퍼트와 수비진을 흔들 수 있는 기습번트 등의 작전이 있다.
‘프리미어12’ 일본 대표팀의 에이스인 오오타니 쇼헤이(닛폰햄)의 경기를 몇 차례 본 적이 있다. 160km를 찍어대는 이 투수와 맞서는 일본 타자들의 해법이란.
한마디로 ‘160km를 던지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백방을 쓰는 모습이었다. 극단적인 스탠스, 배터스박스에서 위치 바꾸기, 기습번트를 시도하거나 혹은 하는 척만 하거나. 부산스러운 타자들의 온갖 대처법에 응하면서 오오타니는 140km대로 구속을 떨어뜨리거나 패턴을 바꾸곤 했다.
참고할 만한 방법과 결과인 듯하다. 일방적으로 니퍼트가 원하는 승부대로 지배하는 경기흐름에선 지금 니퍼트의 기세를 말리기 힘들다. 타선의 대처와 니퍼트의 응수가 교환되면서 그림이 좀 바뀌어야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1승1패가 되면서 삼성과 두산의 KS는 더욱 알 수 없는 시리즈가 됐다. 다시 한 번 니퍼트가 등판할 수 있다면, 삼성이 설욕에 성공할지 흥미로운 볼거리 역시 또 하나가 늘었다.
다시 ‘알고도 못 치는 공’이 나올 수도 있다. 그는 이 가을의 ‘니느님’이니까.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잘?’. 더 이상 마땅한 대답은 없는 걸까.
이 가을 ‘불패’의 완벽투를 펼치고 있는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4)가 결국 27일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7이닝 무실점의 철벽 모드를 이어가면서 역대 포스트시즌 연속이닝 무실점 신기록(24⅓이닝)을 세웠다.
12년만의 200홈런팀 히어로즈, KBO 첫 ‘100타점 트리오’ 배출팀인 NC에 이어 통합 5연패에 도전하는 3할 팀타율의 ‘챔프팀’ 삼성까지 리그 최강의 타선들이 ‘니퍼트의 가을투’에 속절없이 무릎을 꿇었다.
이번 PS 4경기 평균자책점은 0.60, 피안타율은 0.113이다. 7이닝 3안타로 눌렸던 히어로즈가 박동원 박병호의 홈런 두 방을 섞지 않았다면, 리그는 이 가을 단 한명의 에이스에게 합작 30이닝 무득점 할 뻔했다.
27일 2차전을 앞두고 궁금했던 것은 한가지였다. 사흘간격 두 차례 등판했던 지난주 PO의 피로도 후유증 없이 니퍼트가 여전히 위력적인 구위를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증이 감탄으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150km의 최고 구속을 찍어대며 니퍼트는 지치지 않은 구위를 뽐냈다. 여전히 너무 좋은 공이었다. 그리고 삼성은 니퍼트에게 7이닝 3안타 무득점했다.
민망할 정도로 닮은 성적표다. 히어로즈도 7이닝 3안타였고, NC는 두 경기서 9이닝 3안타, 7이닝 2안타를 때려냈었다.
그런데 타선의 성적들만 닮았을까. 니퍼트의 경기운영 또한 줄기차게 비슷했다. 초반 속구 위주의 공격적인 승부, 중반 변화구 중심으로 패턴 변화, 6,7회부터 다시 속구 승부로 돌아가는 줄거리였다.
이 날도 니퍼트는 3회까지 시원시원한 속구를 뿌려댔다. 중반에는 극단적으로 변화구를 늘렸다. 각각 7구로 끝낸 4회와 5회, 속구는 이닝 당 한 개씩에 불과했다. 6회와 7회는 다시 절반 정도로 속구 비율을 늘렸다. 6회 이후에도 150km를 찍으면서 ‘여력’을 과시했다.
니퍼트도 대단하지만, 이쯤 되면 타선들의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똑같은 패턴으로 나오고 있는데 4경기째 파훼법을 내놓지 못한 셈이 되니까.
절정의 위력투를 펼치고 있는 투수에 맞서 정상적이고 신중한, 여러 경우의 수에 대처하려는 성실한 타격은 통하기 어렵다. 니퍼트의 공 대부분을 쳐내기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칠 수 있는 하나의 공을 때려낼 확률에 배팅해야 할 것 같다.
줄기차게 존에 집어넣는 빠른 승부를 펼치고 있는 니퍼트는 대체로 속구는 몸쪽으로, 변화구는 바깥쪽으로 찌르고 있다. 한쪽의 코스를 버리고 몸쪽, 혹은 바깥쪽을 정타로 때려낼 수 있도록 노려치는 공략이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 하위타선이라면 좀 더 변칙적인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니퍼트와 수비진을 흔들 수 있는 기습번트 등의 작전이 있다.
‘프리미어12’ 일본 대표팀의 에이스인 오오타니 쇼헤이(닛폰햄)의 경기를 몇 차례 본 적이 있다. 160km를 찍어대는 이 투수와 맞서는 일본 타자들의 해법이란.
한마디로 ‘160km를 던지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백방을 쓰는 모습이었다. 극단적인 스탠스, 배터스박스에서 위치 바꾸기, 기습번트를 시도하거나 혹은 하는 척만 하거나. 부산스러운 타자들의 온갖 대처법에 응하면서 오오타니는 140km대로 구속을 떨어뜨리거나 패턴을 바꾸곤 했다.
참고할 만한 방법과 결과인 듯하다. 일방적으로 니퍼트가 원하는 승부대로 지배하는 경기흐름에선 지금 니퍼트의 기세를 말리기 힘들다. 타선의 대처와 니퍼트의 응수가 교환되면서 그림이 좀 바뀌어야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1승1패가 되면서 삼성과 두산의 KS는 더욱 알 수 없는 시리즈가 됐다. 다시 한 번 니퍼트가 등판할 수 있다면, 삼성이 설욕에 성공할지 흥미로운 볼거리 역시 또 하나가 늘었다.
다시 ‘알고도 못 치는 공’이 나올 수도 있다. 그는 이 가을의 ‘니느님’이니까.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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