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충수 된 KIA의 무모한 뜀박질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무리한 베이스 러닝이었을까, 아니면 재빠른 중계 플레이였을까. 롯데 선발 박세웅은 분명 흔들렸다. 안타 4개와 4사구 2개. 곧 눈물을 터뜨릴지 모를 아기 같았다. 하지만 KIA의 득점은 0점. 0-1의 스코어에서 동점을 만드는 게 참 어려웠다.
하루 전날 백용환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짜릿한 뒤집기를 연출했던 KIA. 하지만 그 무섭던 집중력은 하루 만에 잃었다. 배트보다 발이 문제였다.
박세웅은 3회 들어 제구가 흔들리더니 위풍당당한 모습이 사라졌다. KIA 타자들은 박세웅의 공을 배트에 정확히 맞혔다. 타구도 멀리멀리 날아갔다. 대량 득점의 물꼬를 트는 것 같았다. 하지만 1점을 따는 게 참 어려운 KIA였다.
3회 이인행의 안타와 신종길의 2루타로 무사 2,3루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김원섭의 타구가 다소 짧았다. KIA의 판단은 ‘홈 쇄도’였다. 이인행은 홈으로 달려갔지만 좌익수 김문호의 홈 송구가 ‘훨씬’ 빨랐다. 1사 2,3가 아닌 2사 2루. 그리고 후속타는 없었다.
4회에는 더욱 이해하기 어려웠다. 무사 1루, 그 다음 2루타가 터졌다. 외야 펜스까지 공이 날아갔다. 1루 주자는 홈까지 뛰어야 할까. 상황에 따라 뛸 수도 있으나 주자는 발이 아주 빠르지 않은 4번타자 브렛 필이었다.
김종국 주루코치는 팔을 돌리며 홈까지 뛰라고 지시했지만, 롯데는 짐 아두치-김대륙-강민호를 거치며 순식간에 공을 전달했다. 박빙의 승부도 아니었다. 완벽한 아웃.
박세웅이 위태로웠던 걸 감안하면, 너무 섣부른 판단이었다. 0-1에서 1-1부터 ‘차근차근’ 만들고자 했을지 모르나, 욕심을 냈다. 충분히 더 쉽게 할 수 있었다. 두 번의 보살은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KIA는 승부를 뒤집지 못했고 오히려 5회 추가 실점을 했다. 박정수의 데뷔 첫 승 기회도 무산됐다. 5회 1점을 따라잡았지만 KIA의 반격은 거기까지였다. 6회 정훈의 2타점 2루타에 이어 포수 송구 실책으로 1점을 더 내주더니 7회 최준석에게 쐐기타를 맞았다.
KIA가 주도권을 잡고도 안 풀리던 경기는 중반 이후 롯데로 완전히 기울었다. 최종 스코어 1-7 패배. 전날 백용환의 끝내기 홈런으로 거뒀던 승리의 짜릿함도 싹 사라졌다. 두 번의 보살이 KIA의 뒤통수를 아주 세게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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