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39·삼성)은 그렇게 세게 치는 타자가 아니다. 그래도 상당한 비거리를 보여준다.
유난히 체격을 불리면서 ‘벌크업’에 의욕을 보인 적은 드물다. 그래도 늘 홈런타자였다.
전성기 때보다 배트스피드가 많이 떨어졌다는 얘기도 듣는다. 그래도 볼을 맞히는 타이밍은 여전해 보인다.
이승엽은 어떤 타자일까.
그는 하체부터 이용해서 힘을 잘 만들어내고 전달하는 타자다. 흔히 ‘세게 치는 타자’들 중에는 상체에 힘을 잔뜩 쏟아 넣는 유형들이 많다. 이에 반해 이승엽은 하체에서부터 힘을 잘 만들어내는 타자다. 지면 반력을 이용하는 안정적인 하체의 중심 이동이 부드러워서 순발력을 생성하여 하체→허리→몸통→팔로 전달시키는 리듬이 무척 뛰어나다.
기본적으로 힘이 좋은 선수다. 우람하게 몸을 키우지는 않았지만, 마흔이 가깝도록 근력을 유지한 이면에는 남들의 ‘벌크업’을 위한 노력에 뒤지지 않을 착실한 웨이트트레이닝과 혹독한 자기 단련이 있었을 것이다. 파워는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배트스피드는 사실 헛스윙이나 파울팁이 났을 때 가장 빠르다. 정타로 공을 맞히면, 당연히 날아오는 공의 스피드라는 저항이 걸리면서 배트의 스피드가 떨어지게 된다. 스위트스폿에 정확하게 맞힌 스윙일수록 더 큰 저항을 받아 배트의 스피드는 더 느려 보인다. 기본적으로 정타 히팅이 많은 이승엽의 타격은 스윙 스피드가 떨어져 보일 수 있지만, 여전히 좋은 타이밍을 보여주는 그의 타격을 지켜보면 문제가 될 만큼의 배트 스피드 저하는 없다고 생각된다.
변화구에 헛스윙을 했을 때, 많은 타자들은 히팅 포인트를 뒤로 옮긴다. ‘다음 변화구는 궤적을 제대로 맞혀야지’ 하고 생각한다. 그 것은 적응이고, 틀리지 않은 선택이다.
그러나 이승엽은 변화구에 헛스윙을 한 뒤, 다른 생각을 한다. ‘볼이어서 안 맞았구나. 이 공이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면 내 스윙에 맞아서 홈런이 될 거야’라고. 그 얘기를 듣고 그의 남다른 멘탈에 참 놀랐다. 자기 스윙에 대한 확신에 감탄했고, 역시 그만의 ‘자기암시’가 있음에 그는 ‘이승엽’이 됐다고 느꼈다.
여러 코스의 공에 적응하면서 컨택트 히팅을 해내는 타자들은 많은 안타를 때려낼 수 있다.
그러나 확고한 자기 스윙, 깨끗한 정타를 때려내는 이승엽은 다른 유형의 타자다. 그는 빨랫줄 타구, 호쾌한 홈런의 장타자다.
선수 시절, 내야수로서 맞섰던 타석의 이승엽은 어떤 타자였을까.
그가 타석에서 뚝 떨어지는 변화구에 힘찬 헛스윙을 하면, 잠시 오싹했던 기억이 난다. ‘저 공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면 엄청나게 빠르고 강한 타구가 날아오겠구나.’ 그 두려움을 현실로 보여주던 타자. 그는 이승엽이었다.
한국프로야구가 가진 첫 통산 400홈런 타자, 이승엽에게 뜨거운 축하를 보낸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그래픽=매경닷컴 MK스포츠 이주영 기자 / tmet2314@maekyung.com]
유난히 체격을 불리면서 ‘벌크업’에 의욕을 보인 적은 드물다. 그래도 늘 홈런타자였다.
전성기 때보다 배트스피드가 많이 떨어졌다는 얘기도 듣는다. 그래도 볼을 맞히는 타이밍은 여전해 보인다.
이승엽은 어떤 타자일까.
그는 하체부터 이용해서 힘을 잘 만들어내고 전달하는 타자다. 흔히 ‘세게 치는 타자’들 중에는 상체에 힘을 잔뜩 쏟아 넣는 유형들이 많다. 이에 반해 이승엽은 하체에서부터 힘을 잘 만들어내는 타자다. 지면 반력을 이용하는 안정적인 하체의 중심 이동이 부드러워서 순발력을 생성하여 하체→허리→몸통→팔로 전달시키는 리듬이 무척 뛰어나다.
기본적으로 힘이 좋은 선수다. 우람하게 몸을 키우지는 않았지만, 마흔이 가깝도록 근력을 유지한 이면에는 남들의 ‘벌크업’을 위한 노력에 뒤지지 않을 착실한 웨이트트레이닝과 혹독한 자기 단련이 있었을 것이다. 파워는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배트스피드는 사실 헛스윙이나 파울팁이 났을 때 가장 빠르다. 정타로 공을 맞히면, 당연히 날아오는 공의 스피드라는 저항이 걸리면서 배트의 스피드가 떨어지게 된다. 스위트스폿에 정확하게 맞힌 스윙일수록 더 큰 저항을 받아 배트의 스피드는 더 느려 보인다. 기본적으로 정타 히팅이 많은 이승엽의 타격은 스윙 스피드가 떨어져 보일 수 있지만, 여전히 좋은 타이밍을 보여주는 그의 타격을 지켜보면 문제가 될 만큼의 배트 스피드 저하는 없다고 생각된다.
변화구에 헛스윙을 했을 때, 많은 타자들은 히팅 포인트를 뒤로 옮긴다. ‘다음 변화구는 궤적을 제대로 맞혀야지’ 하고 생각한다. 그 것은 적응이고, 틀리지 않은 선택이다.
그러나 이승엽은 변화구에 헛스윙을 한 뒤, 다른 생각을 한다. ‘볼이어서 안 맞았구나. 이 공이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면 내 스윙에 맞아서 홈런이 될 거야’라고. 그 얘기를 듣고 그의 남다른 멘탈에 참 놀랐다. 자기 스윙에 대한 확신에 감탄했고, 역시 그만의 ‘자기암시’가 있음에 그는 ‘이승엽’이 됐다고 느꼈다.
여러 코스의 공에 적응하면서 컨택트 히팅을 해내는 타자들은 많은 안타를 때려낼 수 있다.
그러나 확고한 자기 스윙, 깨끗한 정타를 때려내는 이승엽은 다른 유형의 타자다. 그는 빨랫줄 타구, 호쾌한 홈런의 장타자다.
선수 시절, 내야수로서 맞섰던 타석의 이승엽은 어떤 타자였을까.
그가 타석에서 뚝 떨어지는 변화구에 힘찬 헛스윙을 하면, 잠시 오싹했던 기억이 난다. ‘저 공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면 엄청나게 빠르고 강한 타구가 날아오겠구나.’ 그 두려움을 현실로 보여주던 타자. 그는 이승엽이었다.
한국프로야구가 가진 첫 통산 400홈런 타자, 이승엽에게 뜨거운 축하를 보낸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그래픽=매경닷컴 MK스포츠 이주영 기자 / tmet231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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