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두산 베어스가 전날 벌어진 벤치클리어링 과정에서의 소요로 여론의 몰매를 맞고 있다. 사건 당시는 물론 사건 직후의 답답한 대응이 몰매를 자초한 감이 있다.
민병헌은 28일 오전 구단을 통해 전날 벤치클리어링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민병헌은 “사실 어제 벤치클리어링 이후 심판들이 덕아웃에 와서 공을 던진 선수가 누구인지 물었을 때, 손을 들었지만 (장)민석이 형이 먼저 나서서 퇴장 명령을 받고 나갔다”면서 “경기가 끝나고 호텔에 와서 나의 잘못된 행동으로 동료가 피해를 보는 것이 미안하고 괴로웠다. 그리고 야구 선수로서 해서는 안될 행동을 했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사건이 벌어진 지 약 12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나온 입장 표명. 늦게라도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한 것은 그나마 다행인 일이다. 하지만 최선(最善)의 선택이나 차선(次善)의 대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시점과 적절한 방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도발하고 자극한 주체가 상대 쪽 이었음을 감안하면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두산의 대응이다.
결과론이지만 일단 최선은 불필요한 벤치클리어링 소요를 막는 것이었다. 27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전 7회초 벌어진 벤치클리어링의 과정에서 두산 선수단을 먼저 자극했던 것은 해커였다.
앞선 상황. 오재원의 1B2S에서 갑자기 타임을 요청한 것은 국내 야구 정서에서는 흔한 일이다. 타자의 타임요청에 관대한 한국야구 문화에서는 문제가 없는 일이었다. 다만 와인드업 자세에서 밸런스가 무너진 해커가 예민해진 것도 당연지사. 이 과정에서 부상 우려도 있었기 때문.
이후 해커의 대응이 문제였다. 해커는 오재원의 1루수 앞 땅볼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갔고, 아웃 처리를 했다. 그런데 해커는 1루 벤치로 들어가는 오재원을 향해 “get in the box(타석에 들어가라)”고 소리를 쳤다. 이후 해커와 오재원은 언성을 높였고 벤치클리어링을 벌였다.
해커가 어긴 사항은 경기 중 금지사항(4.06)인 ‘어떤 방법으로든지 상대팀의 선수, 심판원 또는 관중을 향해 폭언하는 것’에 해당한다. 관중들의 응원들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 향하는 말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거기에 더해 행위 자체가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불필요한 행동이었다.
그런데 이후 두산 선수단은 더 나쁜 선택을 했다. 주장 오재원이 언쟁을 벌인 것을 시작으로 그라운드로 쏟아져 벤치클리어링을 벌였다. 전날 대패를 당했고 이날도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선수들이 예민해 질 수는 있는 부분이었지만 정도가 지나쳤다.
피해자였던 두산 선수단은 필요 이상으로 흥분했고, 오히려 가해자의 입장이 됐다. 가장 격렬하게 반응했던 장민석은 이후 퇴장됐다. 문제는 민병헌이 공을 그라운드로 던진 부분이다. 이어 장민석이 ‘대리 퇴장’을 택한 부분이다.
민병헌의 행동 자체가 확실한 의도성이 있었는지는 파악할 수 없다. 공이 떨어진 지점은 그라운드다. 직접적인 가해 행위는 아니었다. 민병헌의 행위 동기에 대해 심증은 가질 수 있지만 확증은 할 수 없다. 선수가 여론재판을 받기 전에 소명할 기회가 필요했다.
물론 행위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명백하다. 선택 당시 이미 건너서는 안 될 강을 건넌 셈이다. KBO 또한 징계를 계획 중이다. 정금조 KBO 기획운영부장은 28일 “의도성을 떠나서 행위 자체가 비신사적이며 스포츠맨쉽이나 규정에 위배된다. 빠르면 오늘이나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상벌 위원회를 열고 징계수위를 논의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거기에 등록선수가 아님에도 그라운드를 밟은 홍성흔도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KBO는 그부분에 대해서도 고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민석의 대리 퇴장도 두산 코칭스태프가 상황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면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분위기에 휩쓸린 선택을 했다고 하더라도 두산 코칭스태프는 이를 제지할 수 있었다. 특히 민병헌은 주심들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두산 벤치에 왔을 때 손을 들며 자신이 해당 행위를 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결국 장민석이 대신 퇴장을 당하면서 이것은 팬들을 기만하는 미봉책이 됐다. 보다 발 빠른 인정과 사과가 있었다면 여론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었다.
사건 직후 각종 SNS와 인터넷 여론은 비난으로 도배됐는데 두산의 입장 표명은 시기가 늦었다. 밤새 수그러들지 않은 여론은 오전 여러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더욱 들끓었다. 이후 두산은 급히 보도자료를 내고 사죄의 뜻을 밝혔지만 때가 늦은 후였다. 사건 직후 민병헌이 곧바로 행위의 의도성에 대해서 확실히 설명을 했다면 맞긴 했더라도 덜 맞을 수 있었던 매였다.
현명하고 정직하고 적절한 선택이 뒤따랐다면 조금은 다른 입장이 될 수 있었기에 더욱 답답하게 느껴진 두산의 대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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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헌은 28일 오전 구단을 통해 전날 벤치클리어링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민병헌은 “사실 어제 벤치클리어링 이후 심판들이 덕아웃에 와서 공을 던진 선수가 누구인지 물었을 때, 손을 들었지만 (장)민석이 형이 먼저 나서서 퇴장 명령을 받고 나갔다”면서 “경기가 끝나고 호텔에 와서 나의 잘못된 행동으로 동료가 피해를 보는 것이 미안하고 괴로웠다. 그리고 야구 선수로서 해서는 안될 행동을 했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사건이 벌어진 지 약 12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나온 입장 표명. 늦게라도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한 것은 그나마 다행인 일이다. 하지만 최선(最善)의 선택이나 차선(次善)의 대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시점과 적절한 방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도발하고 자극한 주체가 상대 쪽 이었음을 감안하면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두산의 대응이다.
결과론이지만 일단 최선은 불필요한 벤치클리어링 소요를 막는 것이었다. 27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전 7회초 벌어진 벤치클리어링의 과정에서 두산 선수단을 먼저 자극했던 것은 해커였다.
앞선 상황. 오재원의 1B2S에서 갑자기 타임을 요청한 것은 국내 야구 정서에서는 흔한 일이다. 타자의 타임요청에 관대한 한국야구 문화에서는 문제가 없는 일이었다. 다만 와인드업 자세에서 밸런스가 무너진 해커가 예민해진 것도 당연지사. 이 과정에서 부상 우려도 있었기 때문.
이후 해커의 대응이 문제였다. 해커는 오재원의 1루수 앞 땅볼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갔고, 아웃 처리를 했다. 그런데 해커는 1루 벤치로 들어가는 오재원을 향해 “get in the box(타석에 들어가라)”고 소리를 쳤다. 이후 해커와 오재원은 언성을 높였고 벤치클리어링을 벌였다.
해커가 어긴 사항은 경기 중 금지사항(4.06)인 ‘어떤 방법으로든지 상대팀의 선수, 심판원 또는 관중을 향해 폭언하는 것’에 해당한다. 관중들의 응원들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 향하는 말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거기에 더해 행위 자체가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불필요한 행동이었다.
그런데 이후 두산 선수단은 더 나쁜 선택을 했다. 주장 오재원이 언쟁을 벌인 것을 시작으로 그라운드로 쏟아져 벤치클리어링을 벌였다. 전날 대패를 당했고 이날도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선수들이 예민해 질 수는 있는 부분이었지만 정도가 지나쳤다.
피해자였던 두산 선수단은 필요 이상으로 흥분했고, 오히려 가해자의 입장이 됐다. 가장 격렬하게 반응했던 장민석은 이후 퇴장됐다. 문제는 민병헌이 공을 그라운드로 던진 부분이다. 이어 장민석이 ‘대리 퇴장’을 택한 부분이다.
민병헌의 행동 자체가 확실한 의도성이 있었는지는 파악할 수 없다. 공이 떨어진 지점은 그라운드다. 직접적인 가해 행위는 아니었다. 민병헌의 행위 동기에 대해 심증은 가질 수 있지만 확증은 할 수 없다. 선수가 여론재판을 받기 전에 소명할 기회가 필요했다.
물론 행위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명백하다. 선택 당시 이미 건너서는 안 될 강을 건넌 셈이다. KBO 또한 징계를 계획 중이다. 정금조 KBO 기획운영부장은 28일 “의도성을 떠나서 행위 자체가 비신사적이며 스포츠맨쉽이나 규정에 위배된다. 빠르면 오늘이나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상벌 위원회를 열고 징계수위를 논의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거기에 등록선수가 아님에도 그라운드를 밟은 홍성흔도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KBO는 그부분에 대해서도 고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민석의 대리 퇴장도 두산 코칭스태프가 상황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면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분위기에 휩쓸린 선택을 했다고 하더라도 두산 코칭스태프는 이를 제지할 수 있었다. 특히 민병헌은 주심들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두산 벤치에 왔을 때 손을 들며 자신이 해당 행위를 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결국 장민석이 대신 퇴장을 당하면서 이것은 팬들을 기만하는 미봉책이 됐다. 보다 발 빠른 인정과 사과가 있었다면 여론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었다.
사건 직후 각종 SNS와 인터넷 여론은 비난으로 도배됐는데 두산의 입장 표명은 시기가 늦었다. 밤새 수그러들지 않은 여론은 오전 여러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더욱 들끓었다. 이후 두산은 급히 보도자료를 내고 사죄의 뜻을 밝혔지만 때가 늦은 후였다. 사건 직후 민병헌이 곧바로 행위의 의도성에 대해서 확실히 설명을 했다면 맞긴 했더라도 덜 맞을 수 있었던 매였다.
현명하고 정직하고 적절한 선택이 뒤따랐다면 조금은 다른 입장이 될 수 있었기에 더욱 답답하게 느껴진 두산의 대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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