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프로야구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한국형 비디오 판독 시스템인 ‘합의판정’ 제도. 후반기부터 새롭게 선보인 합의판정은 치열한 경기의 ‘작은’ 승부처다. 합의판정은 사용설명서를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합의판정 제도는 프로야구의 불편한 오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시즌 도중 이례적으로 도입했다.
합의판정 대상은 ①종전 홈런‧파울 여부 ②외야타구의 페어·파울 ③포스·태그플레이에서의 아웃·세이프 ④야수(파울팁 포함)의 포구 ⑤몸에 맞는 공 등이다. 감독이 합의판정을 요청하면 해당 심판과 심판팀장·대기심판·경기운영위원 등 4명이 참여해 TV 중계화면을 활용해 합의판정을 실시한다.
지난달 22일부터 8월1일까지 합의판정 요청은 총 15차례 나왔다. 이 가운데 최초 판정이 뒤집어진 사례는 7번으로 47%의 오심이 바로 잡혔다. 나머지 8번(53%)은 정확하게 판정한 심판이 어깨를 폈다.
▲ 타이밍이 생명이다
종전의 홈런‧파울에 대한 요청을 제외한 합의판정 기회는 최대 두 번이다. 첫 번째 요청이 번복되지 않을 경우 두 번째 기회는 사라진다. 감독 입장에서는 사실상 한 번뿐인 소중한 기회다.
그래서 타이밍이 중요하다. 합의판정 요청이 절실히 필요한 순간은 경기 막판 승부처다. 판정에 따라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 감독들은 경기 초반 애매한 상황이 닥쳐도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자칫 섣부른 요청이 실패로 끝날 경우 두 번째 기회가 사라져 경기 막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없다.
감독들은 오심에 대한 확신이 없이 경기 초반 요청을 하긴 부담스럽다. 지난 1일 잠실 넥센-LG전이 그랬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경기 초반 유격수 강정호의 호수비 때 의미심장한 미소만 지은 채 첫 번째 기회를 아낀 뒤 3-4인 9회 유재신의 도루 때 사용을 했다가 결국 번복 없이 패했다.
1회부터 9회까지 경기의 승부처는 언제가 될지 모른다. 제한 시간 30초 내에 감독의 판단이 그만큼 중요하다.
최초 판정 이후 30초 내의 선택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있다. 올 시즌은 현행 제도를 따라야 한다. 빠른 선택이 필요하다.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제한 시간 30초 내에 TV 중계화면을 재빨리 확인한 뒤 요청을 하는 것, 또 하나는 해당 선수를 믿고 따르는 것이다.
첫 번째 방법은 촉박한 시간이 문제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리플레이를 기다리다 시간을 넘겨 요청을 하지 못했다. 모양새도 빠진다. 양상문 LG 감독은 “리플레이를 기다리느니 실패를 하더라도 과감하게 요청을 하는 것이 낫다”고 했고, 염경엽 넥센 감독도 “TV를 본 프런트의 사인을 받고 결정하는 것은 해답지를 보고 문제를 푸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방송사에서 의도적으로 리플레이를 늦게 내보내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두 번째 방법은 어떨까. 판정의 오심 여부는 해당 선수가 가장 잘 알기 마련. 특히 포스·태그플레이에서의 아웃·세이프 판정은 감독의 육안으로 판단이 쉽지 않다. 해당 선수가 감독에게 확실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되더라도 100% 확신할 수 없다. 양상문 감독은 브래드 스나이더의 오버액션에 넘어가 요청을 했다가 낭패를 봤다. 경기 후 스나이더가 양 감독에게 “미안하다”고 뒤늦은 고백하기도 했다. 양 감독도 선수단에 “확실하지 않으면 사인을 보내지 말라”고 교육을 단단히 시켰다. 또 염경엽 감독도 유재신의 사인을 받아 요청을 했으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선수와 감독간 호흡도 중요하다.
▲ 경기 흐름, 실패와 맞바꾼다
승부처에서 합의판정 제도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꼭 애매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요청을 한 경우도 나왔다. 승부처에서 상대 흐름을 끊기 위한 수단으로 쓰인 것이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전에서 3-0인 3회말 1사 2, 3루 위기서 채태인의 내야안타로 1점을 내주자 고민도 없이 합의판정을 요청했다. 애매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육안으로 세이프에 더 가까웠다. 역시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다음날 양 감독은 “누가 봐도 세이프였다. 그래도 일부러 나갔다. 삼성은 한 번 터지면 연속으로 득점을 낸다. 역전을 당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흐름을 끊기 위해 나갔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이날 삼성은 요청 이후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합의판정 제도는 도를 넘은 오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급조됐다. 올 시즌을 마친 뒤 시스템 보완이 필요한 제도다. 그러나 합의판정 시행 11일째 현장의 목소리는 대체로 만족스럽다. 또 오심에 울분을 감추지 못했던 야구팬들도 판정 번복 여부 결과를 기다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min@maekyung.com]
합의판정 제도는 프로야구의 불편한 오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시즌 도중 이례적으로 도입했다.
합의판정 대상은 ①종전 홈런‧파울 여부 ②외야타구의 페어·파울 ③포스·태그플레이에서의 아웃·세이프 ④야수(파울팁 포함)의 포구 ⑤몸에 맞는 공 등이다. 감독이 합의판정을 요청하면 해당 심판과 심판팀장·대기심판·경기운영위원 등 4명이 참여해 TV 중계화면을 활용해 합의판정을 실시한다.
지난달 22일부터 8월1일까지 합의판정 요청은 총 15차례 나왔다. 이 가운데 최초 판정이 뒤집어진 사례는 7번으로 47%의 오심이 바로 잡혔다. 나머지 8번(53%)은 정확하게 판정한 심판이 어깨를 폈다.
▲ 타이밍이 생명이다
종전의 홈런‧파울에 대한 요청을 제외한 합의판정 기회는 최대 두 번이다. 첫 번째 요청이 번복되지 않을 경우 두 번째 기회는 사라진다. 감독 입장에서는 사실상 한 번뿐인 소중한 기회다.
그래서 타이밍이 중요하다. 합의판정 요청이 절실히 필요한 순간은 경기 막판 승부처다. 판정에 따라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 감독들은 경기 초반 애매한 상황이 닥쳐도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자칫 섣부른 요청이 실패로 끝날 경우 두 번째 기회가 사라져 경기 막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없다.
감독들은 오심에 대한 확신이 없이 경기 초반 요청을 하긴 부담스럽다. 지난 1일 잠실 넥센-LG전이 그랬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경기 초반 유격수 강정호의 호수비 때 의미심장한 미소만 지은 채 첫 번째 기회를 아낀 뒤 3-4인 9회 유재신의 도루 때 사용을 했다가 결국 번복 없이 패했다.
1회부터 9회까지 경기의 승부처는 언제가 될지 모른다. 제한 시간 30초 내에 감독의 판단이 그만큼 중요하다.
지난달 25일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에서 NC 김경문 감독이 6회초 2사 1루서 NC 김종호의 2루땅볼이 1루에서 아웃판정을 놓고 합의 판정(비디오 판독) 요청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과 김태한 코치, 채태인이 궁금증을 못 참고 비디오 판독실을 쳐다보고 있다. 비디오 판독결과 세이프로 판정이 번복됐다. 사
▲ 선수‧감독간 호흡도 중요최초 판정 이후 30초 내의 선택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있다. 올 시즌은 현행 제도를 따라야 한다. 빠른 선택이 필요하다.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제한 시간 30초 내에 TV 중계화면을 재빨리 확인한 뒤 요청을 하는 것, 또 하나는 해당 선수를 믿고 따르는 것이다.
첫 번째 방법은 촉박한 시간이 문제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리플레이를 기다리다 시간을 넘겨 요청을 하지 못했다. 모양새도 빠진다. 양상문 LG 감독은 “리플레이를 기다리느니 실패를 하더라도 과감하게 요청을 하는 것이 낫다”고 했고, 염경엽 넥센 감독도 “TV를 본 프런트의 사인을 받고 결정하는 것은 해답지를 보고 문제를 푸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방송사에서 의도적으로 리플레이를 늦게 내보내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두 번째 방법은 어떨까. 판정의 오심 여부는 해당 선수가 가장 잘 알기 마련. 특히 포스·태그플레이에서의 아웃·세이프 판정은 감독의 육안으로 판단이 쉽지 않다. 해당 선수가 감독에게 확실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되더라도 100% 확신할 수 없다. 양상문 감독은 브래드 스나이더의 오버액션에 넘어가 요청을 했다가 낭패를 봤다. 경기 후 스나이더가 양 감독에게 “미안하다”고 뒤늦은 고백하기도 했다. 양 감독도 선수단에 “확실하지 않으면 사인을 보내지 말라”고 교육을 단단히 시켰다. 또 염경엽 감독도 유재신의 사인을 받아 요청을 했으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선수와 감독간 호흡도 중요하다.
▲ 경기 흐름, 실패와 맞바꾼다
승부처에서 합의판정 제도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꼭 애매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요청을 한 경우도 나왔다. 승부처에서 상대 흐름을 끊기 위한 수단으로 쓰인 것이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전에서 3-0인 3회말 1사 2, 3루 위기서 채태인의 내야안타로 1점을 내주자 고민도 없이 합의판정을 요청했다. 애매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육안으로 세이프에 더 가까웠다. 역시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다음날 양 감독은 “누가 봐도 세이프였다. 그래도 일부러 나갔다. 삼성은 한 번 터지면 연속으로 득점을 낸다. 역전을 당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흐름을 끊기 위해 나갔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이날 삼성은 요청 이후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합의판정 제도는 도를 넘은 오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급조됐다. 올 시즌을 마친 뒤 시스템 보완이 필요한 제도다. 그러나 합의판정 시행 11일째 현장의 목소리는 대체로 만족스럽다. 또 오심에 울분을 감추지 못했던 야구팬들도 판정 번복 여부 결과를 기다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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