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올 시즌도 황선대원군의 포항과 강희대제의 전북은 강하다. 아킬레스건이 분명히 있었는데 외려 그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키고 있으니 순항은 당연하다. 정규리그 1위 포항 그리고 2위 전북의 비상에는 이유가 있다.
2014년 K리그 클래식이 26일과 27일 경기를 끝으로 10라운드를 소화했다. 모두 12개 팀이 1부리그에 참가하고 있으니 대략 한 번씩은 서로 만나본 셈이다. 리그 판도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시점이라는 이야기다.
현재 선두는 7승1무2패 승점 22점을 기록하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포항이다. 포항의 2패는 시즌 1~2라운드에서 당한 상처다. 지난해 우승을 다툰 울산과의 개막전에서 0-1로 석패했던 포항은 2라운드 부산 원정에서도 1-3으로 쓰러졌다. “올해는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호사가들의 입방아가 탄력을 받을 때다. 그런데 이후 8경기에서 7승1무다. “외국인 1명도 없는 스쿼드의 한계” 운운은 쏙 들어갔다.
포항의 뒤에는 전북이 서 있다. 6승2무2패로 승점 20점이다. 포항의 행보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개막 후 2연승을 기록할 때만해도 “역시 1강‘이라는 평가가 넘쳤다. 그런데 3라운드부터 7라운드까지 5경기에서 1승2무2패의 부진을 겪었다. 아직 조직력이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울산(1-0) 전남(2-0) 경남(4-1)을 모조리 쓰러뜨리면서 다시 회복세다. 평가가 조심스러운 두 팀이다.
포항과 전북의 경기 내용을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포항은 최다득점 1위다. 전체적으로 ’골 가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시즌이나 포항만은 경기당 2골이 넘는 22골을 터뜨리고 있다. 팀 득점 2위 전북이 14골에 그치고 있으니 화력이 어느 정도인지 비교할 수 있다. 재밌는 것은, 시즌 뚜껑을 열기 전 포항의 아킬레스건이 바로 골 결정력에 대한 의구심이었다는 점이다.
외국인 공격수도 없고 마땅한 원톱 자원도 없다. 해결사 부재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은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대포보다 강한 소총부대로 변신했다. 놀라운 2년차 김승대가 6골로 득점랭킹 1위에 올라 있고 이명주(4골)는 8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올리고 있다. 특정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의존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내가 해결해야한다는 책임감이 가져온 긍정적 성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신 있게 슈팅하라”는 황선홍 감독의 격려가 선수들에게 부담 대신 자신감을 가져온 영향도 적잖다.
전북은 포항과 반대다. ‘닥공’이라는 애칭에서도 느껴지듯 전북은 화력의 팀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공격력(14골)보다는 수비력(7실점)이 순위를 이끌고 있는 형국이다. 전북의 7실점은 지독한 짠물수비를 펼치고 있는 성남(5실점)에 이어 최소실점 부문 2위에 해당한다. 요컨대 전북이 원하는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공격보다는 수비가 관건이라던 전망을 뒤집는 결과다. 믿었던 창은 기대보다 날카로운 맛이 떨어지는데 방패가 든든하다.
최강희 감독의 의도된 방향이자 고육책이다. 지금 상황에서 전북이 갈 수 있는 가장 현명한 길을 택한 것이다. 최 감독은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가세했기에 궤도에 오르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일주일에 3경기씩 치르는 강행군이 펼쳐지고 있다. 이럴 때는 전체적인 밸런스, 특히 수비 밸런스를 얼마나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이기는 경기, 실점을 안 하는 운영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전한 바 있다. 가시밭길을 벗어날 때까지는 특유의 ‘닥공’ 색깔을 뺀 채 실리적인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포항도 전북도 자신들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고 보완하기 위한 대비책 마련에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자신들의 강점을 앞세워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비상이 더 무섭다. 포항의 조직력은 원래 단단하고 전북의 공격력은 자타공인이다. 황선대원군의 포항과 강희대제가 이끄는 전북의 강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lastuncle@maekyung.com]
2014년 K리그 클래식이 26일과 27일 경기를 끝으로 10라운드를 소화했다. 모두 12개 팀이 1부리그에 참가하고 있으니 대략 한 번씩은 서로 만나본 셈이다. 리그 판도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시점이라는 이야기다.
현재 선두는 7승1무2패 승점 22점을 기록하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포항이다. 포항의 2패는 시즌 1~2라운드에서 당한 상처다. 지난해 우승을 다툰 울산과의 개막전에서 0-1로 석패했던 포항은 2라운드 부산 원정에서도 1-3으로 쓰러졌다. “올해는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호사가들의 입방아가 탄력을 받을 때다. 그런데 이후 8경기에서 7승1무다. “외국인 1명도 없는 스쿼드의 한계” 운운은 쏙 들어갔다.
포항의 뒤에는 전북이 서 있다. 6승2무2패로 승점 20점이다. 포항의 행보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개막 후 2연승을 기록할 때만해도 “역시 1강‘이라는 평가가 넘쳤다. 그런데 3라운드부터 7라운드까지 5경기에서 1승2무2패의 부진을 겪었다. 아직 조직력이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울산(1-0) 전남(2-0) 경남(4-1)을 모조리 쓰러뜨리면서 다시 회복세다. 평가가 조심스러운 두 팀이다.
포항과 전북의 경기 내용을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포항은 최다득점 1위다. 전체적으로 ’골 가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시즌이나 포항만은 경기당 2골이 넘는 22골을 터뜨리고 있다. 팀 득점 2위 전북이 14골에 그치고 있으니 화력이 어느 정도인지 비교할 수 있다. 재밌는 것은, 시즌 뚜껑을 열기 전 포항의 아킬레스건이 바로 골 결정력에 대한 의구심이었다는 점이다.
외국인 공격수도 없고 마땅한 원톱 자원도 없다. 해결사 부재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은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대포보다 강한 소총부대로 변신했다. 놀라운 2년차 김승대가 6골로 득점랭킹 1위에 올라 있고 이명주(4골)는 8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올리고 있다. 특정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의존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내가 해결해야한다는 책임감이 가져온 긍정적 성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신 있게 슈팅하라”는 황선홍 감독의 격려가 선수들에게 부담 대신 자신감을 가져온 영향도 적잖다.
전북은 포항과 반대다. ‘닥공’이라는 애칭에서도 느껴지듯 전북은 화력의 팀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공격력(14골)보다는 수비력(7실점)이 순위를 이끌고 있는 형국이다. 전북의 7실점은 지독한 짠물수비를 펼치고 있는 성남(5실점)에 이어 최소실점 부문 2위에 해당한다. 요컨대 전북이 원하는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공격보다는 수비가 관건이라던 전망을 뒤집는 결과다. 믿었던 창은 기대보다 날카로운 맛이 떨어지는데 방패가 든든하다.
최강희 감독의 의도된 방향이자 고육책이다. 지금 상황에서 전북이 갈 수 있는 가장 현명한 길을 택한 것이다. 최 감독은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가세했기에 궤도에 오르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일주일에 3경기씩 치르는 강행군이 펼쳐지고 있다. 이럴 때는 전체적인 밸런스, 특히 수비 밸런스를 얼마나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이기는 경기, 실점을 안 하는 운영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전한 바 있다. 가시밭길을 벗어날 때까지는 특유의 ‘닥공’ 색깔을 뺀 채 실리적인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포항도 전북도 자신들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고 보완하기 위한 대비책 마련에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자신들의 강점을 앞세워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비상이 더 무섭다. 포항의 조직력은 원래 단단하고 전북의 공격력은 자타공인이다. 황선대원군의 포항과 강희대제가 이끄는 전북의 강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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